건설 불경기속 민간투자 올스톱
예산 급감에 ITS기업 절반 휘청
"추경예산 미배정땐 돌파구 요원"
예산 급감에 ITS기업 절반 휘청
"추경예산 미배정땐 돌파구 요원"
"최악의 건설경기 때문에 추진 중이던 사업까지 중단된 마당에 고환율과 고금리로 비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SOC 시장의 주요 투자주체는 정부인데 관련 예산이 크게 줄었다. 이대로라면 올해와 내년 중 ITS 기업 중 절반 정도는 문을 닫거나 유사한 상황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건설경기 급랭과 정부 예산 감소, 고비용·고금리가 IT산업에도 한파를 불러왔다. 정부의 도로·철도 관련 예산이 두자릿수 줄어들면서 관련 IT사업이 급감한 가운데 건설경기마저 최악으로 치닫으면서 민간투자 사업도 크게 줄어든 까닭이다. 도로·철도를 비롯한 SOC 분야 IT기업들은 이대로라면 전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호소한다.
2025년 정부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SOC 예산은 2024년 20조7187억원에서 2025년 19조4924억원으로 1조2260억원 가량 줄었다. 감소폭은 5.9%에 달한다. 전반적인 SOC 예산 삭감 속에서도 항공·공항 부문 예산은 2024년 8906억원에서 2025년 1조3533억원으로 52%나 늘었는데 대부분은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산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산 9640억원을 제외한 SOC 예산은 18조5284억원으로, 2024년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 분야별로 도로 부문은 전년 대비 9.8% 줄어든 7조1922억원, 철도 부문은 13.6%(1조1000억원) 감소한 7조원에 그친다. 이러한 예산 감소는 전반적인 프로젝트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관련 예산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축소됐다. 첨단도로교통체계로 분류된 사업 예산이 2024년 2154억원에서 올해 1399억원으로 755억원이나 줄었다. 감소폭은 35%가 넘는다. 업계에 따르면 그 결과 정부가 지자체 ITS 사업에 지원하는 국비 보조액과 건수는 2021년 1390억원, 43건, 2022년 1330억원, 56건, 2023년 1200억원, 52건에서 지난해 54억, 2건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도 84억, 3개로 사업 명맥이 사실상 끊긴 상태다. 지자체 ITS 사업은 IT솔루션·인프라 기업들이 지역 기업과 손잡고 주로 수행하는데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에 따르면 지자체 사업은 국내 ITS 시장의 약 44%로, 전체 영역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국내 ITS 기업은 대기업이 5.3%, 중견기업이 2.7%에 그치고 나머지 90% 이상이 중소기업 및 기타 기업으로, 사업이 끊기면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ITS 업체 한 관계자는 "스마트교통 시장은 정부 지원 없이 민간 투자만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며 "예산이 계속 줄어든다면 관련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해외 사업은 국내보다 성과를 내는데 오래 걸리고 리스크도 높다보니 중소기업이 도전하기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철도 시장도 예산 감소 여파가 크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철도 신호 부문 예산은 2024년 3200여 억원에서 올해 약 2800억원으로 440억원(약 13.5%) 줄어들고, 자동개집표기(AFC) 관련 예산도 1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SOC 부문 중 유일하게 예산이 늘어난 분야는 항공·공항 분야다. 2024년 8906억원에서 올해 1조3533억원으로 52% 증가했는데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때문이다. 올해 가덕도 신공항 예산은 9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다만, IT 시스템은 신공항이 완공된 후에야 발주될 예정이라 올해는 수혜를 얻기 힘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공항이 건설되더라도 당장 스마트 공항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은 아니니 관련 업체들도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간부문 투자주체인 건설사들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사들은 투자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조차 상당수가 하도급업체에 제때 대금을 못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F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미 시작된 사업마저 중단되다 보니 여파가 IT업계로 미치고 있다.
한 중견 IT기업 대표는 "SOC 예산 축소에다 건설 경기 한파가 겹치면서 관련 IT기업들의 위기감이 크다"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교통 솔루션 기업 한 관계자는 "SOC 분야는 정치가 안정되고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부지런히 일해야 사업이 만들어지는데 정치 불안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면서 "연초부터 비상경영을 시작했지만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방법은 해외로 가는 것 밖에 없는데 SOC 사업 특성상 노력해도 수주한다는 보장이 없고, 수주에 오래 걸리니 막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