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시 인프라 개선 토론회
무차입 공매도 조사 내달 마무리
다양한 종목 공매도 재개 필요
무차입 공매도 조사 내달 마무리
다양한 종목 공매도 재개 필요
"당국이 약속했던 불법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는 전산 시스템 구축이 전제된다면 공매도 재개에 찬성합니다. 다만 현재 추진 중인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에도 여전히 불법 공매도는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기관, 학계, 개인 투자자가 참여한 증시 인프라 개선을 위한 열린 토론을 개최했다. 오는 3월31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시장 참여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날 개인 투자자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금융당국이 '졸속으로' 마련한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에 대한 여전한 불신을 보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공매도 중단 계기가 됐던 과거 불법 공매도 사례는 지금 만들어진 시스템 기능을 통해 99%는 거를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지적하며 공매도 자체를 반대해 온 개인 투자자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만족시키지 못했다.
정 대표는 "한국거래소가 시스템 개발을 위해 민간업체에 지불한 12억8000만원 만으로 천문학적인 불법 공매도 피해를 근절시킬 수 있는지, 거래소가 진정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 차단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공개된 시스템 특성상 당국에 거래 의사를 밝히지 않은 법인이 공매도 후에 당일 상환하면 적발이 불가능하고, 공매도 잔고가 10억 미만이거나 비중이 발행량의 0.01%일 경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시스템은 너무 성근 그물"이라며 "시스템의 불법 체크 시점이 당일이 아닌 이틀 후여서 불법 공매도를 한 뒤 익일까지만 상환하면 적발되지 않을 확률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여전한 대차거래 수기 시스템, 공매도 중복 매도 가능성 등이 공매도 재개 이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국이 대체거래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도 짚었다.
정 대표는 이 원장 등 당국 참여자들을 향해 "우리 증시 거래 비중 1위인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이 있나"라고 물으며 "대체거래소가 출범되면 고빈도 단타 폭증으로 외국인과 기관, 증권사 그들만의 리그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증폭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참석했다는 이상목 액트 대표도 여기에 말을 보탰다. 그는 "관념적인 부분일 수도 있지만 개인들은 '여전히 자유롭게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지 않느냐'는 불신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의심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처벌 강화를 꼽았다. 이 대표는 "공매도로 1000억 벌고 300억 벌금을 내야 한다면 누구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불법 행위를 자행하지 않겠냐"라며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제도적인 보완을 신경써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시장의 구조적 신뢰 형성을 위해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관료주의가 아닌 한국이 강점을 가진 기술 혁신으로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것은 굉장히 좋은 사례"라면서도 "렌딩 마켓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기관 투자자에게 정보를 줄 수밖에 없어 개인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불리한 구조"라며 "이 문제 역시 기술 혁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끝까지 토론 자리를 지킨 이 원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우려를 주신 부분들을 충분히 경청했다"며 "반영할 부분은 개선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해외든 국내 투자자든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을 신뢰하지 않으면 증시 전망이 희박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한 해"라며 "언뜻 보면 개인과 기관의 의견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하나하나 따져 보면 서로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모두가 시장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투자자들과 소통을 늘려 공매도 등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원장은 "오늘 개인 투자자 대표님 말씀을 들으며 더 많이 소통해야겠다 생각을 했다"며 "주신 걱정이나 질문 중 상당 부분들은 증권사 내 자체 시스템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증권사도 당국도 조금 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공매도를 재개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알리는 것들이 필요해 보인다"며 "다음 달 중에 여러 차례 국민들이나 언론에 공매도 전산 시스템을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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