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칼럼] 탄핵심판서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 준용의 의미](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2102102269058001[1].jpg "[장영수 칼럼] 탄핵심판서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 준용의 의미")
물론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이 아닌 헌법소송이다. 그런데 다섯 가지 헌법소송 중에서 형사소송과 가장 밀접한 것이 탄핵심판이며,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과 무관한 방식으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위헌적이다.
첫째,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고,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의 경우에는 행정소송법을 함께 준용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탄핵심판에 대해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 제40조 제2항에서는 "제1항 후단의 경우에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 또는 행정소송법이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에 저촉될 때에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은 준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의 준용이 강행규정이며, 민사소송에 관한 규정에 우선하여 적용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 규정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지 않겠다는 헌법재판소의 태도가 헌법 제27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둘째,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의 준용 여부는 증거 채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헌법재판소와 같이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지 않고 탄핵심판을 진행할 경우에는 피청구인의 반대신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의 형사소송절차와는 차이점을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점이 사건에 대한 최종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헌법재판소는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조서나 국회에서의 증언 등을 근거로 윤 대통령의 내란행위를 인정했는데, 법원에서는 형사소송법의 기준에 따라 이러한 증거들을 채택하지 않았고, 그 결과 내란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겠는가? 결국 헌법재판소법 제40조에 반하여 탄핵심판절차를 진행한 결과 불합리한 결론이 나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탄핵심판은 피청구인의 파면 여부만을 결정하고, 유무죄를 따지는 형사재판은 별도 진행된다. 문제는 동일한 사안에 대한 탄핵심판과 형사소송을 각기 다른 기준에 따라 재판하고, 그 결과 마치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처럼, 서로 다른 결론이 나와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서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탄핵심판과 형사소송이 전혀 다른 성질이고, 따라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이런 규정이 있을 이유가 없다.
물론 심판절차의 정지가 의무적인 것은 아니고, 윤 대통령의 경우에 형사소송의 결과를 기다리다 보면, 임기가 종료되어 탄핵심판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헌법재판소법 제51조의 취지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법원의 판단이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판단의 기준을 통일시키는 것이 당연하며, 헌법재판소법 제40조도 이를 고려하여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라고 했는데, 헌법재판소가 이 규정에 위배하여 기준의 불일치를 스스로 초래한 것을 정당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례를 근거로 들기도 하지만, 선례가 법률규정에 우선한다고 볼 수는 없다. 더욱이 최근 강일원 전 재판관의 비판처럼 선례를 정확하게 따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마치 윤 대통령이 그 상황에서 왜 헌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를 납득할 수 없듯이, 헌법재판소가 왜 헌법재판소법의 명문규정에 위배하여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지 않았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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