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를 했는데 대통령님께서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말씀하셨어. 전기라도 필요하면 끊어라' 이렇게 지시받았습니다."
이상현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곽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 50분에서 1시 사이에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보안폰으로 전화가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의 전화를 받은 시점은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오전 1시 1분)하기 직전이다.
이 여단장은 "군인은 상관의 중요한 지시를 받으면 기계적으로 복명복창하게 돼 있다"며 "'대통령님께서 그런 지시를 하셨단 말씀이십니까?' 하고 복명복창했는데 '응'하고 약간 주저하시는 목소리를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 여단장은 "제 차 안에서 (곽 전 사령관의) 전화를 받았기에 차량에 탑승하 내부 인원들은 (복명복창 내용을) 들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전화가 끝날 때쯤 1대대장에게 전화가 왔고 동일하게 '대통령께서 이러한 지시를 하셨다'고 언급했고 수사 기관에서 (이런 통화 내용이) 녹취가 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과 함께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던 안효영 1공수특전여단 작전참모도 '이 단장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냐'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며 "문맥상 맞고 정확한 단어는 기억 못하지만 대통령 지시라는 것은 기억한다. 임팩트가 있어서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수특전여단은 계엄 당시 이 같은 명령에도 실제 국회의원 체포 등에 나서지 않았다. 이 여단장은 "대통령 지시사항이라고 부하에게 전달했지만 다소 당혹스러웠다"며 "갑자기 이것이 정치적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건물 밖으로 나오라고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대로 복귀한 뒤 지휘통제실에서 상황일지를 절대 수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방으로 돌아가 수첩에 있었던 일을 다 기록하고, 수정을 할 수 없게 볼펜으로 써 검찰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