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시작된 주택의 세대주가 화재보험에서 배상해야 하지만, 집주인이 사망하는 바람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 이에 인명 구조 과정에서 현관문이 파손된 세대의 주민들이 소방당국에 파손된 잠금장치와 현관문을 배상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광주 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전 2시 52분 광주 북구 신안동의 4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났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시커먼 연기가 빌라 내부에 꽉 찬 상황에서 전 세대의 현관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호소했다.
소방 당국은 2층과 3층의 각 세대 문을 두드리며 안에 있던 입주민 5명을 밖으로 대피시켰다. 1층에 있던 2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소방관들은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는 2~4층의 6세대에도 추가 사상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 강제로 현관문을 개방했다.
추가로 발견된 주민은 없었으나 불이 시작된 2층 세대에 거주하던 30대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후 빌라 주민들은 수색 과정에서 강제 개방으로 파손된 현관문과 잠금장치를 배상해달라고 소방 당국에 요구했다. 수리 비용은 한 세대당 130만원, 6세대에게 총 800만 원가량의 배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화재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재산상 손실은 불이 난 세대 집주인이 화재보험을 통해 배상한다.
하지만, 불아 닌 주택의 집주인 당사자가 숨진 데다가 다른 세대주들 또한 화재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은 상태였다.
소방 활동으로 인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경우 행정배상 책임보험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으나 이 또한 소방관의 실수나 위법한 행위로 인한 손실에 한해서다.
행정배상 책임보험사 역시 "적법한 인명 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는 보상할 수 없다"며 미지급 판단을 내렸다.
광주소방본부가 이러한 사례에 대비해 자체 예산 1000만원을 확보했으나, 800만원에 달하는 배상비에 예산의 80%를 한꺼번에 쓰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부소방서 관계자는 "새벽 시간에 발생한 화재에 미처 대피하지 못하거나 의식을 잃은 부상자가 있을 수 있어 일부 세대 현관문을 강제로 열었다"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재산 피해를 소방본부 예산으로 배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다른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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