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요 제약사 경영자들과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일라이릴리, 머크,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업체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관세를 고리로 해외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서둘러 이전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최소 25%의 관세를 물리겠다면서도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면 관세가 없다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19일에는 관세 부과 시점을 당초 4월초에서 한달 이내로 앞당길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는데, 하루 뒤 글로벌 제약사들 대표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생산시설 이전을 대놓고 거론하며 재차 압박한 것이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긴밀하게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 의약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 관세 타격을 피할수 없는 만큼 해외 위탁생산을 하는 일부 기업은 미국 현지 업체에 제조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세노바메이트는 국내에서 원료의약품(API) 제조 후 캐나다에서 벌크 태블릿 및 패키징 단계를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공급망 확보를 통한 안정화를 위해 캐나다 외 추가적인 미국 내 생산 전략을 수년 전부터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FDA 승인을 받은 미국 내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설을 이미 확보해 필요 시 즉시 생산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관세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이미 갖췄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내에 약 6개월분의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어 관세 변화 대응에 소요되는 기간 동안은 이 물량을 활용할 수 있는 상태다. 이미 확보한 미국 및 캐나다의 CMO 업체 외에 추가적인 생산 옵션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CMO 업체를 통한 외주 생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생산 대비 탄력적이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셀트리온도 최근 의약품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 대응 체계를 확보하고, 관세 부과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 미국 내 판매분에 대해서는 이미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제품에 대해 1월 말 기준 약 9개월분의 재고 이전을 마무리했다"며 "관세 리스크 발생 이전부터 현지CMO 업체를 통해 완제의약품을 생산해오고 있는 만큼 협의를 통해 추가 생산 가능 물량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 부과 시 완제의약품보다 세 부담이 적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며 "필요시 현지 완제의약품 생산을 지금보다 더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장기 대응책으로 미국에 현지 생산 공장을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한양행, 대웅제약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국내에서 완제품 형태로 생산해 미국 에볼루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미국 얀센에서 생산을 하는 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관세정책)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기업적 성향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1기 때도 제약회사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만큼 업계가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미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처방 약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고 지적하며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약값 인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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