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도 홍콩 찾아…아시아 금융허브로 성장 최적지
소득세 외 세금 없어…투자 초기 적자나면 과세 안물려
중국법 아닌 영미법 적용…세파 협정에 中 진출도 유리
"많은 기업들이 홍콩에 와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에서 성장하기에는 가장 좋은 지역이다."
알파 라우 홍콩투자청장은 지난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가진 소규모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기업들이 중국과 미국 지정학 문제를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 다수 기업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여기저기에 매긴다고 한다. 캐나다, 멕시코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유럽은 중국과 좀 더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경제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아시아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홍콩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대표 허브로 꼽힌다. 홍콩투자청은 2000년 설립됐으며 라우 청장은 2023년 11월 4대 청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특히 첫 비영국인이자 여성 청장으로, HSBC를 포함한 다국적 금융기관에서 임원을 지냈다. 특히 리스크 관리, 핀테크, 기업금융, 인수합병(M&A) 프로젝트 관리 등의 분야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라우 청장은 홍콩에서 태어나 15살 때 영국으로 이민을 간 후,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정치경제학 학사·석사를 취득하고 베이징 칭화대에서 추가교육 수료증을 받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신의 인사를 '홍콩 기업 환경의 평등한 기회'의 한 예로 부각시켰다.
그는 "홍콩거래소 대표도 여성이고, 많은 은행들의 대표도 여성이 많다"며 "젠더뿐 아니라 인종, 종교에 있어서도 홍콩은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 중국어, 영어를 모두 사용해 친화적 도시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은 작년 539개의 중국·해외 기업이 홍콩에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전년보다 41% 증가한 수치다.
라우 청장은 이처럼 기업들이 홍콩을 찾는 배경으로 소득세를 제외한 과세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소득세 외에 부가세, 상속세, 관세 등의 과세 부담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세법의 경우 200만홍콩달러 수익까지는 8.25%, 그 이상에 대해서는 16.5%의 세율을 부과한다"며 "투자 초기에는 기업들이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만큼, 수익을 내는 시점부터 과세한다. 수익을 내지 못한 시점에서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라우 청장은 홍콩이 중국법이 아닌 영미법을 적용해 보다 익숙한 글로벌 경영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되는 세파(중·홍콩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CEPA)로 중국으로 진출하는 거점으로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은 과거 영국의 지배를 받아 영미법을 적용한다. 중국 본토의 중앙정부도 홍콩의 유용한 역할을 위해 이를 바꾸는 걸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업 친화적 환경을 제공해 홍콩서 창업하면 관리자, 주주 등 일정 비율 이상의 현지 직원을 둬야하는 의무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세파 경제협정을 통해 홍콩 출신이거나 홍콩 사람이 아니더라도 홍콩서 창업하면 각종 혜택을 볼 수 있다"며 "이전엔 홍콩서 생산된 제품이 중국으로 들어갈 때 세금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세금 부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콩거래소는 자본화가 잘 돼 기업공개(IPO) 등 자금 마련에도 적합하다. 47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홍콩에 위치하고 있고, 이 중 28%는 해외에서 온 기업들"이라며 "작년 이후 70개 이상의 기업이 IPO를 하거나 대기 중에 있다. 중국이 다른 지역에는 허용하지 않는 국제자금에 대한 승인을 홍콩에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사무소를 둘 경우 주재원뿐 아니라 가족의 사생활까지 고려한 행정도 중요 요소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홍콩은 신 투자이민제도(NEW CIES)를 시행해 외국인 투자와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라우 청장은 "신 투자이민제도는 최소 3000만홍콩달러를 투자하면 가족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로 투자금의 10%는 혁신기술 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 3년 안에 취업하거나 창업하면 비자가 연장이, 7년을 거주하면 영주권이 나온다"면서 "한국을 포함해 50개 이상의 국제 학교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라우 청장은 홍콩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홍콩 정부는 100억홍콩달러(약 2조원)규모의 혁신기술 산업육성 기금을 조성해 생명과학기술, AI, 로봇, 반도체, 스마트기기, 신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홍콩 정부는 기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금융, 운송에 큰 성과를 거뒀는데 지난 몇 년에는 혁신과 기술에도 관심갖고 있다"며 "세계 100대 대학 중 5개가 홍콩에 있어 연구개발(R&D) 등도 활발히 진행된다. 많은 국제 학생들과 연구원들이 홍콩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알파 라우(가운데) 홍콩투자청장이 지난 2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가진 소규모 기자간담회에서 서영호(맨 왼쪽) 홍콩투자청 한국대표부 대표와 발표를 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