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헌법재판소의 '12·3 비상계엄 사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결과에 상관없이 승복할 것인지' 언론의 질문에 즉답하지 않았다. 약 21년 전 노무현 정부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의 반발을 재론하며 불복 여지를 뒀다. 다만 이틀 뒤 윤 대통령의 최후변론에 포함될 내용에 관해선 '포괄적인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 명령·지시를 따른 이들에 대한 선처'가 포함돼야 할 것이라며 다소 몸을 낮췄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국회 본청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04년 10월 헌재가 노무현 정부 수도이전(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을 때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헌재의 정치적 판단'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며 "(당대의) 유시민 의원은 '상식 이하의 결정이다. 분수를 망각한 헌재가 오만방자한 결정을 내렸다', 이목희 의원은 '총칼만 들지 않았지 5·16과 12·12에 버금가는 사법 쿠데타'라고 했다. '두고두고 헌재의 부끄러운 선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적 판단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후일 인터뷰에서 밝힌 얘기"라고 상기시켰다.
그는 "조선 경국대전까지 인용한 '관습헌법 논리'는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그래서 민주당은 당시 헌재 결정에 쉽게 승복하지 못하고 반발했다"며 "이처럼 헌재는 성역이 아니다. 헌재도 비판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다. 헌재는 모레(25일)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변론 종결을 예고했는데 이대로 헌재가 탄핵 선고를 내리면 이미 찬반으로 갈라진 나라가 더 큰 갈등에 빠지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헌재는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법치에 입각한 공정한 절차를 어겼기 때문이다. 저명한 헌법학자인 허영 교수는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최소한 10개 위법과 불공정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며 비상계엄 위헌·위법 탄핵심판 쟁점 중 형사상 내란죄 철회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의결정족수 미달로 각하시키지 않은 게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장 급하지 않은 헌재 9인체제 구축을 위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권한쟁의 심판부터 서두른 것도 문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8인 체제에서 조속히 결론내겠다고 약속했던 선관위·감사원 간 권한쟁의 심판은 최종변론 한달이 넘도록 선고가 안 나온다"며 "헌재는 결과가 절차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단 걸 명심하기 바란다. 신뢰는 공정한 절차에서 나온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인용이든 기각이든 법률에 따른 공정한 절차에 입각해 판결 내려줘야 국민들이 마음으로 승복하고 신뢰한다"고 꼬집었다. '사법부 불신'으로 비난 대상을 확장해 "지금 사법부 전반에 걸친 국민적 불신의 중심엔 '우리법연구회 사법 카르텔'이 있다. 문형배·이미선·정계선 헌법재판관과 마은혁 후보자, 서울서부지법의 이순영·차은경 판사"라고 재판관·법관들에게 낙인을 찍기도 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재판을 1년 넘게 지연시킨 끝에 사표 낸 강규태 판사, 위증교사(1심 무죄 선고한) 김동현 판사까지 논란의 중심엔 항상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있다. 문 대행은 (법관 시절) 스스로 '우리법연구회 안에서 가장 왼쪽'이라 실토했다"면서 "지금이라도 헌재가 한덕수 대행과 최재해 감사원장 등 국정안정에 시급한 주요인사부터 조속히 (탄핵) 기각 결정 내리라"고 요구했다.
이어 "대통령을 비롯한 탄핵심판 대상자들의 방어권과 인권을 충분히 보장하라"며 "당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우리법연구회 카르텔의 사법 독점을 해소하는 사법 개혁을 본격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뒤이어 권 원내대표는 취재진이 '대통령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인지' 묻자 수초 간 침묵했다가 "그 부분에 대해 아직 우리 당 공식입장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헌재 탄핵심판의) 절차의 공정성이 지금 확보가 안 돼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점은 계속해서 지적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우회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 당에선 그래도 윤 대통령을 지키고(불복하고) 함께 가겠는지,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포기하는지' 질문엔 "예단을 갖고 질문하는 것에 대해 확인 답변을 하지 않겠다"며 "인용하든 기각하든 결정이 난 후 당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율'이 급락했단 해석에 관해선 "나타난 지표에 대해선 저희들이 인정하고 겸허히 수용하는 바"라면서도 "한번의 여론조사로 지금 단계에서 어떤 추세를 평가를 하기엔 적절치 않다. 앞으로 두세번은 여론조사를 보고 거기에 대해 평가하겠다"고 했다. 3·1절 계기 '계엄 합법·탄핵 무효' 강경보수 장외집회엔 여당 의원들이 참여 예정인데 당은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당원들과 함께 참석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중도층 소구력 우려'가 제기된 것엔 "늘 우리는 중도층을 향해 정책도 마련하고 있고 또 중도층을 향해 늘 호소하고 있다"며 "늘 우리 당이 취하고 있는 수도권·청년·중도 중심으로 늘 호소하고 있다. 제가 원내대표에 취임한 이후 늘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캡틴 아메리카 코스프레' '선거연수원 중국간첩 99명 체포 압송 가짜뉴스' 당사자인 윤 대통령 지지자가 주한중국대사관에 침입을 시도하다 구속된 사건, 반중(反중국)정서 확산에 대해선 "개개인 행동에 대해 당이 무슨 입장을 내는 건 적절치 않다"며 "당 입장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중심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펴나가고 중국과도 선린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부분은 서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는 25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변론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엔 "그건 전혀 의사소통한 바가 없다"면서도 "대통령도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을 걱정하는 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포괄적으로 국민에 대한 사과 말씀도 들어가 있어야할 것같고, 두번째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대통령 명령과 지시를 따른 분들에 대한 선처(요청) 말씀이 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