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민주당 의원 '채용절차법 개정안' 발의
채용 대상 확정하면 알려야 하지만 실효성 낮아
위법인데도 처벌 규정 없어 노동부 개선 권고만
"구직자에 불합격 미통보시 과태료 100만원 부과"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차라리 불합격 통보라도 왔으면…."
취업을 준비해 봤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떠올려 봤을 법한 생각이다. 취업 또는 이직 준비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합격 여부를 알기 전까지 답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합격 날짜를 공지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기에 온라인 어딘가에 합격자들이 소식을 남기지 않았을까 관련 사이트를 수도 없이 들락날락하며 시간은 시간대로, 감정은 감정대로 소비한다.
직접 회사로 전화해 채용 여부를 물어보고 싶어도 망설여지기 일쑤다. 혹시나 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한 감정이 드는 이들도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구직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취업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에게 합격 소식은 더 간절하기에 속앓이가 깊다.
그러나 이들이 겪는 일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0조에는 '구인자는 채용 대상자를 확정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려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합격자뿐 아닌 불합격자에게도 소식을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고용노동부는 합격·불합격 통보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자들에 개선 권고만 할 뿐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상반기 629곳 대상으로 채용절차법 준수 여부를 점검했는데 채용 결과를 불합격자에게 통보하지 않은 사례는 45건으로 나타났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2019년 구직자 4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명 중 9명꼴인 94%는 기업이 불합격자에게도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합격 통보 시 '그 사유'를 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77.5%에 달했다.
불합격 통보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로는 '빨리 정리 후, 다른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서'(74.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지원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서'(53.9%) △'사유를 통해 문제를 보완할 수 있어서'(31.5%) △'기업과 입사지원자간의 기본적인 정보 공유라서'(27.9%) 등도 이유로 지목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용 대상자를 확정하고도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리지 않은 사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를 토대로 이미 법으로 규정돼 있는 합격·불합격 통보 의무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핵심은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리지 않은 구인자에게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김영배 의원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만나보면 불합격하더라도 결과는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는 하소연을 듣는다"며 "채용 과정에서 청년들이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채용 여부 고지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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