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코인이지만 거래소별로 에어드랍 시기 달라
업계 "투자자 이탈 우려했을 것…에어드랍 판단 기준 지켜야"
업계 "투자자 이탈 우려했을 것…에어드랍 판단 기준 지켜야"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거래소별로 에어드랍 기준과 정책이 상이해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하며 지급 시기, 기준 등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2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2018년 9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비체인 코인을 보유한 회원을 대상으로 비토르 토큰을 에어드랍했다. 비체인 원화거래를 지원 후 6년 만에 실시한 첫 일반 에어드랍이다.
에어드랍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가상자산 발행자가 특정 조건을 충족한 사용자에게 무료로 토큰을 배포하는 이벤트다. 주식에서 기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신주를 나눠주는 무상증자 혹은 배당과 유사하다.
비체인의 경우 이중 토큰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네트워크에서 자동으로 생성된 비토르(VTHO) 토큰을 지급했다. 빗썸은 지난 2018년부터 비체인 원화거래를 지원했으나, 이후 거래 조건부 에어드랍만 실시했으며 일반적인 에어드랍은 실시하지 않았다. 거래 조건부 에어드랍은 일정 금액 이상 거래(매매)를 해야 지급되는 방식으로, 신규 유저 유입을 유도하는 마케팅에 해당해 일반적인 에어드랍과는 다르다.
빗썸 측은 그동안 에어드랍을 실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이탈을 우려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원화 거래가 지원되지 않는 비토르 토큰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경우, 투자자들이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다른 거래소로 코인을 이동시켜 매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에어드랍을 투자자들에게 당연히 해줘야 하는 거지만, 과거에도 에어드랍 후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않아서 (거래소 내에 보관된 에어드랍 코인이)잊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거래소가 에어드랍을 소극적으로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거래소가 에어드랍 한 코인의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데, 타 거래소에선 거래를 지원하면 투자자 이탈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수년 만에 비체인의 에어드랍을 실행하게 된 배경도 최근 비토르 토큰을 원화마켓에 추가하면서 결정한 것으로 풀이한다.
빗썸은 지난달부터 비토르 코인을 원화마켓에 추가했고, 이에 에어드랍을 실시해도 투자자 이탈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업비트는 2020년 3월부터 비체인 원화거래를 지원하고 있고, 에어드랍도 원화거래 지원 직후부터 진행했다"며 "빗썸만 투자자 이탈을 우려해 에어드랍을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직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이 에어드랍과 관련해 정해진 규정이 없어 벌어진 일이라고 꼬집는다. 에어드랍은 가상자산마다 기준이 다르고 거래소별로 지급하는 정책이 상이하다. 이번 비체인도 업비트는 매주 에어드랍을 진행하는 반면, 코인원은 매월 에어드랍을 지급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20개사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마련한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안에도 에어드랍과 관련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닥사 관계자는 "거래지원과 관련된 부분은 거래지원 모범사례로 규정하는 것도 있지만, 에어드랍에 해당하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에어드랍 관련 사항을 정비해야 하며 거래소도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만 세부적인 기준을 법제화하다 보면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벤트성에 가까운 에어드랍까지 준칙을 정하는 나라는 없으며, 에어드랍 지급을 거래소 판단 기준에 따른다고 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입장에선 에어드랍한 코인을 분배하는 것도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받아야 하는 것을 못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저들은 이런 것도 다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나중에 체계가 잡힐 수도 있지만, 그러다 보면 글로벌하곤 다른 우리나라만의 스탠드들이 생길 수 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거래소마다 지급 시기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자체적으로 지킬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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