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이 이번주 종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비명(비이재명)계 정치인들과 연쇄 회동을 하는 등 통합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2심 선고가 나오기 전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비명계 인사들의 공세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다만 지난 대선 정국 때부터 앙금이 쌓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에는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오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5차 공판기일과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오전 5차 공판에서는 이 대표 측과 검찰이 신청한 양형 증인을 30분씩 신문한 뒤 서증조사도 진행, 재판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오후 결심공판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1시간 동안 진행한 뒤 검찰의 최종의견 및 구형, 변호인의 최후변론 및 이 대표의 최후진술 등을 듣고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탄핵심판 선고가 다음달 중순경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탄핵이 인용될 경우 5월경 '장미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역시 다음달 중 선거법 2심 선고, 원칙대로는 3개월 내인 6월 말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야 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집행유예는 10년이다. 이 대표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은 대로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날 경우 의원직을 잃고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말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이 대표는 선거법 재판에 대해 직접적인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MBC 토론에 출연해 해당 재판 결과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현재 이 대표의 최근 가장 가시적인 과제는 민주당의 당내 통합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이달 들어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 주요 인물들과의 회동을 잇따라 잡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났으며, 21일에는 박용진 전 의원을 만났다. 이번주에도 24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방식으로 공격하고 의사 표현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비난하면 생산적인 논쟁이 어렵다"며 "결국 다 함께 할 식구끼리 서로 비방하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나"라고 밝혔다. 자신이 제시한 '민주당 중도보수론'을 두고 계파 간 정체성 논쟁이 벌어진 가운데,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이 비명 인사들을 공격할 경우 당내 분열이 일어나 통합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다만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탈당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0일 광주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여는 제7공화국' 시국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윤석열 이재명 정치의 동반청산이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발언한 후로 민주당과 수위 높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대선 경선을 거치며 깊어진 두 사람의 감정의 골과 불신의 정도가 그만큼 깊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민주당 내 친명계는 물론 비명계 의원들도 이 전 총리의 발언에는 비판적인 반응을 내비친 바 있다. 고민정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에서 "'누구는 안 된다'라는 배제 논리로는 같이 가기 어렵다"며 이 전 총리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전 지사도 이날 전남 신안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 식의 배제 논리를 앞세우면 정권 교체를 해 나가는데, 힘을 모으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용진 전 의원이 21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