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중도층 지지율 10%p ↓
탄핵 인용 대비 플랜B 안 보여
26일 출간하는 韓대표엔 일침
국민의힘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다음 달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을 준비해야 하는데 여전히 중도층을 포섭할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중도 보수론'을 들고나오며 허를 찔렀다.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호재를 잡았다며 이 대표를 공격하고 있지만 최근 중도층에서 지지율이 하락하자 속내가 복잡한 모양새다.
게다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 출범 이후 한동안 잠잠한 듯 보였던 계파 갈등이 한동훈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의사 발표 시점을 전후로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지는 모습이 나오고 있는데 어떤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냐'는 취지의 물음에 "앞으로 2~3번의 여론조사를 본 뒤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표에 대해 인정하고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한 번의 여론조사로 추세를 평가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이 대표의 중도 보수 공략이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올해 들어 우클릭으로 비칠 수 있는 행보를 연달아 보인 것에 더해 최근에는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선언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열린 상황에서 정의당, 진보당 등 기존 진보 진영에 대안이 없고 국민의힘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움직임을 보이자 틈을 노려 당의 스펙트럼을 중도 보수까지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겉으로는 호재를 잡았다며 맹공을 퍼부었지만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당이라면 파리도 새"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왔다. 여기에는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사퇴 이후 급격히 우경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중도 보수론을 공개적으로 꺼내들자 정말로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출범 후 쇄신을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당 전략기획특별위원회 주최로 자강하겠다는 목표 아래 연속 세미나도 개최 중이다. 하지만 아직 의견 청취 단계에 불과할 뿐 구체적 전략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서 발제자로 나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의 기각을 가정한 '플랜A'와 탄핵 인용에 대비한 '플랜B'를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보수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중원은 커녕 안방까지 내줄지도 모른다"면서 "이 대표의 '신종사기'에 국민들이 속지 않도록 보수는 중원 경쟁에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의원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시대교체·국민통합'을 호소하는 선언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대로 그냥 두면 우리 당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중도층 표심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여당으로서 반성은커녕 권력 다툼만 벌이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한 전 대표는 오는 26일 '국민이 먼저입니다'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고 정치 행보를 재개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책을 한 권 쓰고 있다. 머지않아 찾아뵙겠다"고 적었다. 지난해 12월 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지 두 달 만이다.
한 전 대표의 움직임은 조기 대선과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한 전 대표의 정계 복귀에 당내에서, 특히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한 대표가 떠난 그 시간 동안 우리당은 모진 비난과 질책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래도 당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온갖 수모를 견뎌내며 버티고 싸워왔다"며 "한 전 대표가 지금 나서면 당의 혼란을 불러올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지금은 한 전 대표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더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시작으로 비명(비이재명)계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도 대조된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에는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세 차례나 경선을 치르고도 끝내 공천을 받지 못해 '비명횡사' 대표격으로 꼽히는 박용진 전 의원을 만났다.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오는 27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회동한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영세(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