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 1427.4원
작년 12월 10일 이후 가장 낮아
25일 한은 금리 인하 유력에도 내려
'12·3 비상계엄'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적응하며 달러에 대한 오버슈팅이 줄어들고,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며 향후 환율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6.9원 하락한 1427.4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424.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지난해 12월 10일 이후 가장 낮아졌다. 강달러 완화와 함께 엔화 가치 상승에 원화도 동반 수혜를 입으며 환율이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환율 상승을 부추겼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정책에 시장이 적응하고 있는 점도 환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시장이 관세에 대한 우려 등을 조금 크게 반영하며 환율이 오버슈팅된 면이 있다"며 "국내 상황에 따른 원화 약세에 원달러 환율이 더 크게 움직이기도 했다"고 짚었다.
미국의 소비지표가 부진하게 발표된 것도 환율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앞서 발표된 미국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4.7로 하락을 지속했고, 이달 발표된 미국 제조업관리자지수, 소매판매 등 주요 지표도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오히려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 지표가 예상을 웃돌았다.
오 단장은 "소비 경기가 꺾이면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하해서 경기를 부양해줘야 하는데, 여전히 물가가 높아 적극적 경기부양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이는 미국의 압도적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자극, 미국 장기 금리의 하락 및 일방적 달러 강세를 제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 초 109를 넘어섰던 달러지수는 106대로 내려왔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와 달러의 가치를 비교하는 달러지수가 약세를 보이며 환율도 자연스레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같은 금리인하가 다시 환율을 끌어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시장 상황 대부분이 선반영된 만큼 달러가 다시 강세로 갈 요인이 크지 않아 당분간 1420원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성장률을 고려하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금리인하가 원화약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지난달 금리 동결에도 환율이 급등한 것처럼 환율은 금리보다는 달러화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상승 요인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 점도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보탰다. 오 단장은 미국의 압도적 성장과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국내 정정 불안 우려가 남아있는 만큼 전반적인 강달러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고금리 장기화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미국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는 일방적인 달러 강세를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과거보다 높은 환율 레벨은 이어질 수 있지만 매우 강했던 달러의 기세가 조금씩 숨을 죽이는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