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목표로 했던 연금개혁을 두고 여야가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수당인 야당이 협의 불발 시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고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여당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합의의 조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여야는 24일 오전 비공개 실무 회의를 열어 국민연금 개혁안을 논의했다. 이번 실무회의는 지난 20일 국정협의회 4자회담에서 논의된 국민연금 개혁안을 집중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것으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복지위 양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 강선우 민주당 의원, 김상훈 국민의힘·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참여했다.
다만 실무회의에서도 국정협의회와 마찬가지로 소득대체율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대체율의 경우 여당은 42~43%, 야당은 44~45%를 주장하고 있다. 1%포인트를 두고 서로 양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진성준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상태로는 연금개혁 관련 양당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에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포함된 자동조정장치도 의견차가 여전한 영역이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제도다. 정부여당은 재정 안정성을 이유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해당 장치가 사실상 연금수령액을 줄이는 방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당초 이재명 대표가 국정협의회에서 자동조정장치를 수용했다는 보도가 나가기도 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진 의장은 "국정협의회에서 정부 측이 법안에 자동조정장치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주면, 자동조정장치를 시행 시에는 국회 승인이 필요하도록 하겠다는 안건을 제시한 바 있다"며 "우리는 소득대체율을 수용하면 검토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정부여당이 민주당의 소득대체율을 끝내 수용하지 않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당내 보건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도부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 조건부여도 자동조정장치는 더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겠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금개혁에 대해 묻자 "자동조정장치가 들어가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의장 역시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는 가능하면 이른 시간 내 합의를 도출해 처리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국정협의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시스템의 수용에 대한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에 아마 정부 측과 굉장히 유연하게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고 발언하며 자동조정장치 포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같이 양당 입장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야당 단독 처리'를 꺼내들자, 여당은 추경(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내드는 모양새다. 진 의장은 "민주당은 2월 국회에서 모수개혁은 입법해야겠다는 목표다"라며 "구체적인 일정은 복지위와 원내지도부가 상의해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국민의힘은 연금개혁 등 주요 의제에 대한 협상이 타결되는 시점 이후부터 추경을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일방적인 처리, 정부여당의 기대 범위를 넘어서는 그런 안의 처리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대응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연금 개혁 문제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