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개발자 10명이 게임 4종 동시개발… 게임개발도 `AI발 생산성 혁명`

입력: 2025-02-24 10:02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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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데이터 실시간으로 분석… 이용자 실력따라 매칭
정해진 멘트만 하는 NPC서 상호작용 대화로 몰입도 UP
AI로 아트·번역부터 마케팅·커뮤니티 운영까지 비용 ↓
엔씨소프트, 대형언어모델 '바르코' 분사시켜 본격 수익화

2022년 챗GPT 등장 이전부터 국내 게임사들은 인공지능(AI)을 게임의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인식하고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들은 AI 기술을 게임에 적용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 올해부터는 AI를 활용한 구체적인 결과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비용 증가 요인에서 비용 절감 수단으로

게임업계에 따르면, AI는 게임 이용자들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 있는 '오픈월드' 장르의 게임에서는 NPC(Non-Player Character)와의 자유로운 대화를 구현하여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이용자의 플레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개인화된 게임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AI 기반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AI와 게임 콘텐츠의 결합은 높은 비용 문제로 인해 지연되는 경향이 있었다. 신작 개발 자체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AI 기반 혁신을 구현하려면 신작 개발비에 준하거나 이를 초과하는 추가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더구나, 최근 글로벌 게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작 개발의 리스크가 더욱 커졌고, 이에 따라 비용 효율성을 중시하는 국내 게임사들은 AI 게임 개발을 '계륵'처럼 바라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국내 게임사들은 비용 절감과 개발 효율성 증대를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사람의 의존도가 높았던 게임 콘텐츠 기획 및 개발 과정에 AI를 도입함으로써 제작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아트, 번역, QA(품질 보증) 등의 작업을 AI 기반 솔루션으로 대체해 보다 효율적인 제작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AI 활용한 신작 개발 가속화… AI 게임의 가능성 확대

익명을 요청한 한 게임사 대표는 "AI 기술을 활용해 적은 인원으로도 빠르게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게임사는 베테랑 개발자 10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지만, 동시에 4개의 신작을 병행 개발할 정도로 생산성을 높였다. 기본적으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개발자들이 AI라는 무기를 만나서 날개를 단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으로도 강력한 성능을 갖춘 AI 모델을 선보이면서,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LLM)의 경쟁력이 증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AI 혁신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실제로 컴투스, 위메이드 등은 AI를 활용한 신작 개발을 예고하며, 게임 내 AI 기술 적용을 본격화하고 있다. 위메이드의 자회사 위메이드넥스트는 엔비디아와 협력하여 AI 기반 보스 몬스터 '아스테리온'을 개발 중이다. 아스테리온은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하여 전투를 거듭할수록 보다 정교하고 진화된 공격 패턴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남재관 컴투스 대표는 "올해 AI 기반 언어 모델 등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게임 측면에서도 AI 기술 도입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컴투스 역시 AI 연구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사별 AI 활용 전략 차별화…넥슨, 쾌적한 게임 환경 조성

AI 활용 방식은 게임사별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넥슨은 AI를 활용해 게임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크래프톤은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AI를 통해 게임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외부 스튜디오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할 계획이다.

넥슨은 직접적인 AI 게임 개발보다는 AI를 이용한 간접적인 경험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가 개발한 AI 솔루션 '게임 스케일'을 활용해 보안, 마케팅, 커뮤니티 운영,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게임 스케일'은 넥슨이 30년간 축적한 서비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하는 솔루션으로, 보안, 마케팅, 커뮤니티,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QA, 운영 등 총 7개의 패키지로 구성됐다. '게임 스케일'의 핵심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이용자들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퍼스트 디센던트'에서는 AI 기반 매칭 시스템을 적용해 게임 이용자들의 실력 차이를 최소화하고 대기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이용자들이 협력해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나 맵을 공략하는 콘텐츠로 구성된 루트슈터 장르작으로, 게임에서 만나는 이용자들의 실력 편차를 줄이면서 대기 시간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 스케일'은 보다 정확한 이용자 실력 평가, 시간 및 티어별 대기 시간 균일화를 위한 매칭 범위 자동 조정 시스템, 퍼스트 디센던트에 특화된 로직과 이를 검증하는 시뮬레이션 시스템, 일반 이용자와 어뷰징 이용자를 분리하기 위한 방법론 등을 게임에 적용했다.

예를 들어 '퍼스트 디센던트'의 핵심 콘텐츠인 '보이드 요격전'은 최대 4명의 이용자가 협력해 보스 몬스터를 처치해야 하는데 파티원의 실력 격차가 크면 게임에서 탈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서비스하며 축적한 인게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실력 점수'를 도입해 보다 정교한 실력 평가를 실시했다. 실력 점수는 다양한 요소에 서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해 이를 합산한 점수로 산출되며 이를 기반으로 구간을 나눈다. 이를 통해 게임의 매칭의 효율성과 정교함이 크게 향상됐으며 새로운 요소를 실력 점수에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도 마련됐다. 이 외에도 게임 스케일은 이른바 '핵'으로 불리는 '불법 프로그램'과 게임 속 경제 생태계를 해치는 '작업장'을 탐지할 수 있다. 또한 AI 기반 이미지와 게임 디렉터 음성 생성, 기사화된 나만의 게임 소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며 콘텐츠 개발에도 기여하고 있다.

◇ AI 게임 선두 크래프톤...간단한 키워드로 캐릭터에 성격 부여

크래프톤은 AI를 게임 콘텐츠 제작에 직접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지난해 출시한 '마법소녀 루루핑'과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마법소녀 루루핑'은 게임 이미지와 음성인식 영역에서 AI를 결합했고,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이용자가 게임에 등장하는 로봇과 텍스트를 통해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특히,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AI의 할루시네이션 현상까지 콘텐츠화하는 등 AI 게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가운데 크래프톤의 모든 기술력이 결합된 '인조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내달 28일 출시하는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 '인조이'는 게임 특화 소형언어모델(SLM)을 탑재, 이용자가 간단하게 특징을 부여하면 그 특징에 맞춰 행동하는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캐릭터에 '깔끔한 성격'이라고 입력하면 SLM이 이에 알맞는 로직을 설계하고 게임 캐릭터에 적용시켜 청소를 선호하는 성격의 게임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크래프톤은 이러한 게임 캐릭터를 CPC(Co-Playable Character·상호작용 가능 캐릭터)라고 정의했다.

CPC는 게임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캐릭터로, 기존의 NPC와 달리 이용자와 대화하고 협력하며 상황을 유연하게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크래프톤은 '인조이' 외에도 '펍지: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한 펍지 IP에도 CPC '펍지 엘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AI 조직 분사한 엔씨소프트...'바르코' 접근성 강화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 '바르코'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외부 스튜디오에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 리서치 본부를 독립 법인으로 분사하고, 신사업 전문가를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영입하는 등 AI 기술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신사업 발굴 전문가인 임수진 전 아워홈 신성장테크비즈니스 부문장을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영입했다. 임수진 CBO는 '바르코'를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로 만들고, 다른 기업들이 엔씨의 AI 기술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을 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API 형태의 바르코를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 TTS(음성 합성), 모션 캡처, 실시간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외부 스튜디오와 협력 시 '바르코' 기반의 개발 지원을 제공해 AI 기반 게임 제작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게임 장르에 따라 우리 데이터센터와 AI가 결합한 분석 툴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상업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