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24일 성명을 통해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에 5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2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백악관에서 만난 지 며칠 만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이번 발표가 새로운 투자라기보다는 이미 예정된 지출을 재포장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지난 4년간 운영 비용과 자본 지출로 약 1조1000억 달러를 사용했으며, 향후 4년간 약 1조30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약 43%가 아메리카 지역에서 발생하는 매출과 비례해 미국 내 지출로 이어진다면, 이는 약 5050억 달러로 이번 발표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애플은 2018년과 2021년에도 각각 3500억 달러와 4300억 달러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5000억 달러 투자 계획이 이전 발표와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플은 이번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텍사스주 휴스턴에 AI 서버를 조립하는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고, 첨단 제조 기금을 기존 5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두 배 확대하며,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제조 아카데미를 개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들이 실제로 새로운 투자인지, 아니면 이전에 발표된 계획의 연장선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발표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애플은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 부과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UBS 분석가 데이비드 보그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에 끝난 회계연도에서 애플은 950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는 회사 영업 현금의 약 8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현금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이 이미 사용해 추가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