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설비복구 2주 이상 소요
품질저하 우려로 투입원료 폐기
복구 장기화땐 재무 악화 가능성
품질저하 우려로 투입원료 폐기
복구 장기화땐 재무 악화 가능성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발생한 정전 사고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수백억 원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장기 불황 속 설비 복구까지 최대 2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공장 가동이 멈췄다. 정전 사고 이후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플레어가 엄청나게 발생하기도 했다.
각 업체는 일단 생산공정에 투입된 원료를 모두 연소시키고 생산 재개까지 공장을 전면 폐쇄했다. 생산 도중 가동이 멈추면 투입된 원료가 공정 중간에 멈춰 불완전하게 가공된다. 원료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최종 제품의 품질 저하로 이어져 원료를 모두 태워야 한다.
전기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설비 점검 등 절차가 필요해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최소 수일이 걸릴 예정이다. 화학 원료나 가연성 물질이 처리 도중 정전으로 남게 되면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에게는 공정 재개 전 설비를 완전히 비우고 청소하는 것 자체가 시간과 비용이다. 대규모 공정일수록 이 과정은 더욱 복잡하고 생산 재개까지 수 시간에서 최대 2주 이상 걸릴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오후 "대산공장 생산 중단 분야는 전체 매출의 약 17.83%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라인"이라며 "장기화될 경우 회사 재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공시했다.
피해 규모도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예를 들어 올해 기준 에틸렌 시세는 톤당 약 1000달러이며, 에틸렌 공정 중단 후 설비 재가동까지 최대 2주 정도 소요될 경우 단순 잡아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총 손실 추정치만 약 1200억원 수준이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정확한 손실을 집계할 수 없지만 당분간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며 "설비 재가동 비용이나 재고 손실, 납기 지연에 따른 위약금 등을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최소 수십억원"이라고 말했다,
향후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피해 규모를 산정하고 정전의 정확한 원인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LG화학과 롯데대산유화(현 롯데케미칼)는 2006년 변전소 변압기 고장으로 정전을 겪은 뒤 한국전력에 104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석화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불황을 겪는 상황에 생산 중단까지 겹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석화산업은 화학 산업 생산액 세계 5위와 에틸렌 생산 능력 세계 4위로 대표적인 주력 산업이지만 2022년 하반기 이후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520억원으로 5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롯데케미칼은 작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며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 중단까지 겹치니 정말 운이 따르지 않는 것 같다"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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