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노진수 부회장, 박기덕 사장을 상대로 4005억원을 배상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와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과정에서 고려아연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최윤범 회장측은 "허위사실과 왜곡으로 여론을 호도하며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있다"며 "지난 5개월간 거짓 의혹을 반복하며 오직 기업 흔들기에만 혈안이 되는 등 '법꾸라지'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풍 측은 25일 "최 회장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하는 8개 펀드에 이사회 승인 없이 약 5600억원을 투자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 최 회장 등이 2021년 2월 설립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업체 이그니오홀딩스를 약 58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임을 알고도 무리하게 계약을 체결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이 부인의 인척이 운영하는 씨에스디자인그룹에 수십억원 규모의 인테리어 공사를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최 회장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에 대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관련 법령과 내규에 따른 절차를 철저히 준수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들 연합이 의혹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 측은 "미국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원순환 사업을 비롯해 고려아연의 트로이카드라이브 사업들에 대한 이해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오직 단기 차익의 시선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들은 약 4년에 걸쳐 8개 펀드에 대해 적법한 절차와 결정을 통해 순차적으로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펀드의 특성상 세부적인 투자 결정 등은 해당 펀드운용사에서 진행한 사안이다. 또 각 펀드의 관리 보수가 연 2~2.5%로 높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투자금융 업계에선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씨에스디자인그룹의 인테리어와 설계 계약 등은 충분한 전문 인력 등 전문성을 고려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총 거래 규모 역시 30억원 가운데 고려아연으로 귀속되는 가구와 사무용품, 회의실 음향 및 멀티미디어 등 고려아연 자산이 30% 가량이며 시공사의 공사비는 절반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이는 즉 해당 업체의 디자인 설계 및 감리 비용은 불과 수 억원 수준에 불과한데도 온갖 사실 왜곡과 부풀리기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이들의 주장은 명백한 자기모순 행위"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진 가운데 이들의 분쟁은 내달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영풍이 제기한 1월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 대한 첫 심문 기일에서 되도록 3월 7일 이전까지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23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 모습. 고려아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