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이유는 거야와 북한=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발표한 이유로 가장 먼저 야당을 지목했다. 그는 "거대 야당은 제가 취임하기도 전부터 대통령 선제 탄핵을 주장했고, 줄탄핵·입법폭주·예산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그 권한을 악용한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과 다르지 않다"며 "또 제가 비상계엄으로 국회의 권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며 내란 몰이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거야는 핵심 국방 예산을 삭감해 우리 군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북한 핵과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의 ' 핵심인 정찰자산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대통령을 '전쟁광'이라고 비난하고,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합동 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 매도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과 거야 의원들이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들과 우리 사회 내부의 반국가세력이 연계해, 국가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당장 2023년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 대선 직후에는 북한에서 '대통령 탄핵의 불씨를 지피라'는 지령이 내려왔는데, 2023년 3월부터 2024년 초까지 무려 178회의 대통령 퇴진·탄핵 집회가 열렸다"며 "이 집회에는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언론노조 등이 참여했고, 거대 야당 의원들도 발언대에 올랐다. 북한의 지령대로 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간첩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 활동으로 더욱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정선거도 계엄선포 이유='부정선거' 의혹도 계엄선포 이유로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중앙선관위를 포함한 국가기관들이 북한에 의해 심각한 해킹을 당했다"며 "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사실을 국정원으로부터 통보받고도 다른 국가기관들과 달리 점검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한 일부 점검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의 공정과 직결되는 중앙선관위의 전산시스템 보안 문제는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공공재이자 공공 자산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선거소송에서 드러난 가짜 투표용지,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춰,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들의 어떤 부분이 내란이고 범죄라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며 "비상계엄 자체가 불법이라면 계엄법은 왜 있으며, 합동참모본부에 계엄과는 왜 존재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긴급 대국민담화에서 했던 주장과 같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의 이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여당의 기록적 참패로 끝난 지난 4·10 총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던 것이 비상계엄 선포의 주요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과 없는 尹 "비상계엄 내란 아냐"=윤 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읽어내려간 최후 진술에서 '사과'라는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다. '죄송'이 2회, '송구'가 1회 언급했을 뿐이다.
되레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야당 주장처럼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하려 했다면 평일에 병력을 이동시켰겠는가"라며 "게다가 계엄 해제 요구 이전에 국회에 들어간 병력은 106명에 불과하다. 15명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이유도 근무 위치가 본관인데 입구를 시민들이 막고 있어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 꺼진 창문을 찾아 들어간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저 자신 윤석열 개인을 위한 선택은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저는 이미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다"고 부연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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