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우리의 실력… 금리인하는 효과"
"추경 20조 적당… '저성장 늪' 탈출 해법은 구조조정해야"
"추경 20조 적당… '저성장 늪' 탈출 해법은 구조조정해야"
![[기획] 이창용 "10년간 신산업 육성 못해… 고통 감내 아무도 안한 탓"](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2602100363040001[1].jpg "[기획] 이창용 \"10년간 신산업 육성 못해… 고통 감내 아무도 안한 탓\"")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다목적컨퍼런스홀. 이날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기자들 앞에선 이창용 총재의 얼굴에는 고뇌와 번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하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1.9%에서 1.5%로 낮춰잡았다. 한은이 지난달 블로그에서 예상한 1.6~1.7%보다 더 낮다.
◇성장률 더 급격 인하 왜? = 총재는 "소비와 건설 등 지표가 좋지 않게 나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관세정책의 윤곽이 일부 드러난 점을 반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당초 예상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최소 0.1%p 더 낮췄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지난 한 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모양이 많이 드러나서 더 낮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향배에 따라 향후 성장률이 추가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1%대 성장은 우리의 실력…구조조정이 살 길"=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낮추면서 내년 전망치는 기존(작년 11월) 전망 1.8% 유지했다. 이 총재는 "우리는 과거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1.8%라고 하면 위기라고 하는데, 이제는 1.8%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것이 우리 (경제의) 실력"이라고 잘라말했다.
이 총재는 '1% 저성장의 늪' 탈출을 위한 해법으로 구조조정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구조조정 없이 새 성장동력이 될 산업을 키우지 않고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노동자도 데려오지 않는 폐쇄주의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1.8% 이상 성장하려면 할 수 있는 게 재정 동원하고 금리 낮추는 것 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가계부채가 늘고 재정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8%보다 높은 성장을 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동치는 생필품 물가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생필품의 물가는 통화정책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가 계속 희생하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생산자 보호와 소비자 보호를 균형 있게 접근해서 물가 수준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경은 '진통제'…15조~20조원 적당"= 총재는 지난달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도 이를 다시 강조했다. 이 총재는 "15조~20조원 추경은 성장률을 0.2%p 정도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단순하게 계산하면 올해 성장률이 1.5%에서 1.7%가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야당 일각의 30조원 추경론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더 크다"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추경은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때 보완하는 역할이다. 진통제를 가지고 훨훨 날게, 뛰게 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추경은 일시적으로 고통을 완화하는 역할이고,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하면 항구적으로 남아있지 않도록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은 올해 늘어나면, 내년엔 올해보다 더 늘어나지 않으면 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로 작동한다. 근본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 총재되면 하라"= 총재는 이어지는 금리 인하 실기론 등에 대해 또다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제일 억울해하는 건 저희가 금리 인하 기조에 있다고 하는데 실기했다, 인하 안 했다 보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가계부채 때문에 한두 달 금리 인하를 늦췄고, 올해 1월에도 환율 때문에 한 달 정도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후적으로 결과를 보면 가계부채를 잡는 데 도움을 줬고 환율 변동성도 잘 조정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맡겨 주시고, 자꾸 실기했다 말씀하지 마시고, 더 잘할 수 있으면 그다음 한은 총재 되신 다음에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금리도 내렸다는 것이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지난해 5월부터 시장금리가 상당히 하락했다"며 "시장 선반영으로 막상 기준금리 인하 후에는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9월 이후 거시건전성 규제로 신규 대출 가산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다"면서도 "기존 대출까지 합한 가산금리는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신규 대출 가산금리도 조만간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증가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상 '과한 우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서울 지역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된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오르지만 다른 지역까지 번지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아직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증가하지 않는 것 같다.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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