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5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마지막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이른바 '영장 쇼핑' 의혹과 대통령경호처의 비화폰(보안폰) 관리 의혹에 대한 여야 공방만 이어졌다.
국조특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공수처에 질의와 비판을 집중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12월 6일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명시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과 대통령·국무위원 통신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됐다"며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을 피해 서울서부지법으로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도 "공수처 출범 4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했다"며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을 두고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 영장 쇼핑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준태 의원 역시 당초 '윤 대통령 사건 관련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던 공수처가 이후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을 바꿨다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오동운 공수처장은 강하게 반박했다. 오 처장은 서부지법의 체포영장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마땅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이라 비난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해치는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오 처장은 중앙지법을 관할로 명시한 공수처법은 공수처가 기소하는 사건에 관한 규정이라고 설명하고, "수사권만 갖는 사건은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관할을 정해야 한다"며 "(해당 사건은) 범죄지가 전부 여의도 또는 대통령실, 대통령 관저이고 주소지는 이태원이기 때문에 서부지법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비상계엄 전후로 대통령경호처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등을 거부하고 있는 점에 대해 캐물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사퇴 후 일주일 넘게 지난 12월 12일 또는 13일에 (비화폰을) 반납했다"라며 "경호처에 해당 비화폰이 보관돼 있으니 이를 입수하면 주요 임무 종사자 간 통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비화폰 실무 업무담당자에게 "자동 삭제된 통화 내역도 포렌식을 통해 복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고, 담당자는 "기술적 사안은 직접 시도해보지 않아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선원 의원도 "비화폰 통화기록이 매우 중요하다"며 "김건희 여사가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명태균 등에 관해 감시, 지시를 요청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구속영장을 세 차례나 반려한 검찰을 향해서도 비화폰 관련 수사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경호처 차장에 대한 범죄사실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와 직권남용"이라며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은 검찰에서 청구했다"고 해명했다.
내란 국조특위는 당초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45일간의 활동 기한을 갖고 시작했으나, 야당 주도로 15일의 기간 연장이 진행된 바 있다. 다만 추가된 두 차례의 청문회에서도 윤 대통령은 물론 김 전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노상원·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하고 여야의 공방만이 이어지면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서 이른바 '영장 쇼핑'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