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을 정책 행보와 엮으며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이 기업 중심 성장론과 민생을 외치면서도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리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이 대표는 여의도 황제와 같다"며 "그 엄청난 권력을 29번의 탄핵안과 26번의 특검법에 쏟지 말고 진짜 경제에 도움이 되는, 또 진짜 중도 보수답게 써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반도체 연구개발(R&D) 산업 인력의 주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에 반대하고 '상법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등을 추진하는 민주당의 행보는 중도 보수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전날 여당의 반대에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처리한 바 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또 2023년과 지난해 두 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재표결로 최종 폐기된 노란봉투법을 지난 17일 재발의했다.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러한 민주당의 행보를 정조준했다. 민주당이 겉으로만 친기업·보수 정책 흉내만 낼 뿐 실제로는 정반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 역시 "기업지배구조 강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속해 전달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민주당에 개정안 재검토를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이 대표가 정말 중도 보수를 하고 싶다면 시장을 왜곡하는 악법부터 폐기해야 하고 그 대신 시장과 산업 현장에 친화적인 국민의힘 법안을 지지해야 한다"며 "자신이 중도 보수라고 주장만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하라"고 했다. 사실상 진정한 보수 정당은 여당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다.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의 상속세 완화 제안을 겨냥해 민주당이 급하게 입장을 바꿨다는 점을 짚었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정부가 상속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세율 인하, 세액공제 한도 확대를 줄기차게 주장할 때는 모른 척하더니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대선 때문인지, 토론회를 운운하며 급하게 입장을 바꾼 걸로 보이는데 표가 무섭긴 한가 보다"고 공격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성동(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