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호까지 확대… 2조원 예상
최소 8년간 '든든전세' 활용
손실만 생각… 감가 등 미고려
향후 1조원 손실 발생 전망도
최소 8년간 '든든전세' 활용
손실만 생각… 감가 등 미고려
향후 1조원 손실 발생 전망도
분양과 전세 등 부동산 금융 관련 보증업무를 진행하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주택을 모두 떠안으며 졸지에 임대사업자가 됐다. 2조원에 달하는 돈으로 사고가 발생한 주택 1만호를 사들였지만, 사후 처리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매입 주택은 전세사기가 집중됐던 서울 강서구, 경기도 부천시, 인천 지역에 집중돼 있다. 다세대 주택 선호도와 집값 변동, 감가 등을 고려하면 향후 HUG가 대규모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UG는 지난해 3분기까지 9452억원을 들여 전세사기 주택 4555호를 경매로 사들였다. HUG는 향후 주택 매입 호수를 1만호까지 늘릴 계획이다.
평균 낙찰가액은 1억7000만원으로, 1만호를 모두 매입할 경우 매입 금액만 2조원에 달한다. 해당 주택들은 이미 HUG가 대위변제로 임차권을 확보하고 있어 HUG는 경매에 사용된 금액을 모두 배당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대위변제에 사용한 돈을 현물 주택으로 회수한다. HUG는 이렇게 확보한 1만호의 주택을 '든든전세'로 활용한다. 최소 8년간 해당 주택을 주변보다 싼 값에 임대로 내놓는다. 이를 위해 국토부에 공공임대 사업자로 등록하고, 매입임대주택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했다. 똑같이 전세대출 보증을 제공하고 있는 주택금융공사(HF)나 SGI서울보증 역시 대위변제 금액이 늘어나고 있지만, 경매를 통해 직접 피해주택을 매입한 곳은 HUG가 유일하다.
임대사업 이후 매각이나 재임대 등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와 HUG 모두 당장의 전세사기 대책과 대위변제로 인한 대규모 손실만 신경썼을 뿐, 향후 주택의 가격 하락이나 감가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향후 HUG의 손실이 1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매로 물건을 확보해 물건이 모두 산재해 있어 이를 활용하기도 어렵고, 상대적으로 높은 매입비용, 빌라 시장 상황, 임대기간 이후 건물 감가 등을 고려하면 현재 확보한 금액의 절반은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빌라와 같은 다세대 주택은 아파트 대비 선호도가 낮고, 전세사기로 인해 기피 현상까지 더해지며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지 않다. 거래 건수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재개발과 같은 특별한 이슈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낙폭이 더 두드러진다.
HUG가 확보한 주택이 대부분 선호도가 낮은 입지인 점도 향후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HUG가 직접 경매로 낙찰받은 빌라의 평균 입찰자수는 1.9명에 불과했다. 직접 낙찰 받은 1242건 중 HUG가 단독으로 입찰한 건수가 781건로 절반을 넘었다. 그만큼 수요가 적고, 가격 상승 기대감도 낮다.
디지털타임스가 HUG의 든든전세 1차 공고 122건 중 경기지역 19건을 분석한 결과, 이중 최근 5년간 매매기록이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에 가까운 HUG가 갑자기 LH가 하던 임대사업을 떠맡게 돼 전문성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HUG 특성상 결국 임대사업을 종료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향후 주택을 모두 매각해야 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손해는 모두 HUG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HUG가 매입한 주택의 향후 매각이나 활용 방안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2년간 7조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로 자본잠식 위기까지 몰린 HUG의 재정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단 사들이고 보자'며 국토부가 선심성으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했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HUG가 대위변제에서 발생한 손실 일부를 회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든든전세 기간이 끝난 뒤 후폭풍은 누가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또 한번 혈세를 투입해 시장에 생색을 내고, 책임은 '나몰라라' 하는 탁상공론이 반복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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