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의 세종속살이] 문체부 장관과 세종 시장의 `줄탁동기`

입력: 2025-02-25 11:06 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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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세종본부장

유인촌 장관, 세종 조치원 원도심 활성화 관심

한글문화도시로 도약, 최민호 세종시장 청사진

경청과 추진력, 유 장관·최 시장의 협력 스토리

알 깨고 나오기 위해 힘 합쳐 노력하는 두 사람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첫 번 째 장관을 지내던 지난 2008년, 오찬 간담회에서 그와 얼굴을 맞댄 적이 있다. 광주광역시에 이어 대전과 대구에 소재했던 도청 이전사업이 급물살을 타던 때라 광역시 원도심 활성화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는데 퇴근 무렵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2명이 찾아왔다. "문체부에서 관심이 크더라"며 구체적 내용을 물어봤다. 유 장관이 간담회 자리의 말 한마디라도 허투루 흘리지 않는다는 인상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12일 비슷한 사정을 겪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을 찾았다기에 떠오른 일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늘쪽 두번째)이 최민호 세종시장의 안내로 조치원1924센터 옆에 위치한 옛 신일제사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세종시 제공

유 장관은 이날 세종시의 대표적인 원도심인 조치원읍과 '1927아트센터' 등에 큰 관심을 나타내며 높이 평가했다. 1박2일에 걸친 '광주~세종지역 문화·관광 활성화 논의'를 위한 행보의 일환이었다.

오전 광주시에서 출발해 점심 때 조치원읍에 도착했다. 그는 "조치원읍에는 처음 와 봤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가 생기면서 과거 교통의 요지였던 이곳은 오래된 동네가 된 것 같은 느낌인데, 1927아트센터처럼 새롭게 만들고 고쳐놓은 공간들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고, 원도심을 살려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927아트센터는 1927년 설립된 제지공장을 뜯어고쳐 문화예술의 거점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유서 깊은 명소다. '목조 트러스 구조'라는 원래 모습을 간직한 채 공연과 전시회, 카페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세종시 '우수건축자산' 2호로 등록됐다.

유 장관은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보이는 예술작품이 될 수도 있고 삶의 방식이 될 수도 있고, 또 이 지역만의 특별한 그 무엇이 만들어질 수 있는, 압축적인 의미를 굉장히 잘 담고 있는 그런 공간의 이미지를 확실히 주고 있다. 그래서 '행복도시'(신도심)보다 여기가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유 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국립한글문화글로벌센터 조성과 국제한글비엔날레 추진 계획 등 한글문화도시로 거듭날 세종의 미래 청사진을 내보였다. 사실 최 시장도 색소폰 연주가 수준급으로 예술과 문화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공직자다. 충남도 행정부지사 시절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한 색소폰 미니연주회로 직원들의 환호와 갈채를 받곤 했다.

여기에 유 장관과 최 시장의 공통분모가 있다. 한글학회가 한글을 빛낸 공무원들에게 주는 '한글나라 큰 별'이라는 칭호를 지난 2012년 같이 받은 인연이 있다. 최 시장은 제5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역임하면서 행정동 명칭과 학교, 교량, 도로 등에 순우리말 이름을 지은 성과를, 유 장관은 국립한글박물관 건립 추진 같은 공로를 각각 인정받았다.

최 시장은 2022년 제4대 세종시장에 취임한 이후로는 한글문화수도 조성을 시정 4기 핵심 추진 과제로 내걸고 다양한 한글문화 사업을 역점 추진 중이다. 2023년 한글날 정부 경축식이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최초로 세종에서 거행돼 의미를 더했다.

세종시는 지난해 문화부의 문화도시에 최종 지정된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한글문화도시가 됐다. 올해부터 3년간 국비 100억원을 지원 받아 각종 한글진흥 사업을 벌인다. 유 장관과 문체부 관계자들의 조치원읍 방문은 문화도시 지정을 축하하고, 한글문화도시로서 세종시의 비전을 직접 살펴보기 위한 차원이다. 특히 문체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세종시는 설명했다.

앞서 최 시장은 지난해 8월에도 정부세종청사에서 유 장관을 만나 한글문화 진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어 그 결실을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당시 최 시장은 한글학회가 정부에 지속 건의하고 있는 광화문 현판 한글화 제안에 힘을 실었다. 우리나라 대표 관광명소로 전 세계인이 찾는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게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유 장관은 지난해 5월 14일 627돌 세종대왕 나신 날 행사에서 사견을 전제로 경복궁 정문의 광화문 현판은 한글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 시장은 한글날 정부 경축식의 대통령 주관 행사 승격, 매년 한글날 경축식의 세종시 개최 등을 건의했다. 유 장관은 이러한 최 시장의 제안을 경청했으며, 특히 광화문 한글 현판에 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세종시 한글문화도시 조성 계획 포스터. 세종시 제공

그는 조치원읍 방문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유 장관은 "제가 (장관으로)오면서 '서울에 있는 국립 예술단체의 모든 시작을 세종시부터 하라'고 했다. 그래서 작년 많은 단체들이 세종시에 와서 공연을 하고, 서울로도 가고 지역을 순회하고, 그렇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그런 방식으로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약속은 지켜지고 있다고 세종시 관계자는 밝혔다.

유 장관은 특히 "한글을 잘 각인시켜줄 문화도시를 완성시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오늘 (제가)여기에 온 가장 큰 이유"라며 "세종시가 문화도시로 실패하면 안 된다. 우리(문체부)가 많은 조언과 뒷바라지를 많이 해서, 그 중 한 도시만 성공시키고 번질 수 있다면 문화도시 선정은 굉장히 중요한 성공으로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직을 두 번째 수행 중이다. 경청의 진정성과 정책 추진의 일관성은 이미 보아왔다. 최 시장은 3선을 역임한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뒤통수만 쳐다봐도 이쁘다"라고 기자들에게 말할 만큼 행정능력을 발휘해왔다. 줄탁동기(啄同機)가 생각난다. 알에서 나오기 위해선 새끼와 어미가 함께 껍데기를 쪼아야 가능한 법이다. 한글문화도시로 가는 길을 앞당길 수 있다면 누가 어미새가 되든, 누가 새끼새가 되든 그런 것이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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