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인공지능(AI)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법에 포함된 '고영향 AI'의 기준과 개념을 명확히 해 과도한 규제로 작용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AI 관련 규제보다 투자·진흥에 힘을 실어 우리나라가 산업 주도권을 잡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AI위원회는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하위법령을 신속하게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배순민 KT AI 퓨처랩장은 "최근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표를 포함해 세계 각국은 AI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규제보다 투자·진흥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한국은 인재 해외 유출이 심각하고 투자 지표도 주요 국에 밀리는 상황인데,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와 인재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 720조원을 투자하는 미국의 스타게이트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대규모 AI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도 AI를 국가전략으로 관리하며 정부 주도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300조원을 AI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또한 AI 인재 양성을 국가 전략 중심 아젠다로 삼고 '미래창조인재제도'를 도입해 해외 AI 인재 유치에 나섰다.
배 소장은 특히 AI 선도국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의 투명성 확산과 오픈소스 생태계 강화에 정부가 힘을 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데이터는 AI 모델이 정교한 결과를 내놓는다는 점에서 AI 경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지만,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권리 보유자와 AI 모델 개발자간 분쟁 등 저작권 이슈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사전 학습에 활용되는 데이터는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저작권 침해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와 기준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우철 네이버 변호사는 "네이버를 포함해 많은 기업들이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며 "AI 전환 시기에 국회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다면 새 산업적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영향 AI'에 대한 기준과 개념을 명확히 하고 사업자 책무 범위 등을 명확히 해 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성재 로폼 AI센터장은 "AI 산업 진흥을 위한 각종 지원제도가 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세심한 하위 입법과 운영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영향 AI' 범위에 대한 산업계 의견이나 최신 AI 기술 실무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트웰브랩스 공동창업자는 "국가 차원의 AI 데이터 허브 구축, 비정형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완화 등을 위한 법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피지컬AI'나 '멀티모달AI' 등 차세대 AI 기술 지원 정책으로 산업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이 AI 산업 발전의 중요한 분기점인 만큼 정책적 지원을 집중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 '딥시크' 쇼크 이후 미국, 중국뿐 아니라 유럽 등 주요국은 AI 분야 대규모 투자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AI 인프라와 AI 모델, AI 인재 등 여러 방면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격차도 크다. 한국의 연간 벤처투자 금액은 10조원에 그치는데, 이는 오픈AI 한 기업의 투자 금액인 40조원의 4분의 1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AI기본법 하위법령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영향 AI에 대한 기준', 'AI 사업자 책무' 등은 규제 범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명성·안전성·신뢰성 확보 의무도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하위법령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AI 기본법 현안 논의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AI 기본법 현안 논의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나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