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침체 속 2년 연속 흑자
로켓배송·와우멤버십 성과
작년 거래금액 55조861억
로켓배송·와우멤버십 성과
작년 거래금액 55조861억
창립 15년차 쿠팡이 전통의 유통강자 롯데·신세계를 가뿐히 제치며 연매출 41조원 기록을 썼다.
40조원대 매출은 국내에서 영업하는 유통기업 중 쿠팡이 처음이다. 로켓배송·와우멤버십으로 2년마다 퀀텀점프 이뤄 이 같은 성과를 낸 쿠팡은 앞으로 네이버를 비롯해 이른바 '반(反)쿠팡동맹'(G마켓+알리익스프레스) 등 추격자를 따돌릴 초격차 전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Inc는 지난해 매출이 41조2901억원(302억6800만달러)으로 전년(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보다 29% 늘었다고 26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4억36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2.4% 줄었지만 소비 침체 속에서도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쿠팡은 2023년 창사 13년 만에 첫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었고, 흑자를 지속할 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집중돼 오던 터였다.
쿠팡은 수십년간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을 아우르며 한국 유통산업을 대표해 온 신세계와 롯데마저 추월했다. 연결 기준 매출을 보면 지난해 롯데쇼핑은 13조9866억원, 이마트와 백화점을 아우르는 신세계그룹은 35조5913억원이었다.
플랫폼 업계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쿠팡의 실적은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국내 대표 테크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10조 7377억원)나 카카오(7조 8738억원)를 합친 매출(18조 6115억원)의 2.2배에 달한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선두권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추산한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은 55조861억원에 달한다. 네이버가 이제 막 50조원대에 진입했고, G마켓 약 14조원 11번가 약 11조원, SSG닷컴 약 6조3000억원, 알리익스프레스(약 3조7000억원, 컬리 약 3조원 등이다.
쿠팡은 두 가지 핵심축을 통해 성장가도를 달려온 것으로 분석된다. 창립 후 4년만인 2014년에 도입한 국내 최초 직접배송·익일배송 '로켓배송', 2019년 시작한 고객 록인(Lock-in) 카드 '와우멤버십'이 그것이다.
유통업계에 배송 경쟁을 촉발시킨 로켓배송의 경우, 전국 시군구 260곳 중 70%인 182곳에서 가능할 정도로 촘촘한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권역) 구축에 쿠팡이 투자한 돈이 10년간 6조2000억원에 달한다.
쿠팡은 전 국민이 쿠세권 안에 들어오게 하겠다는 목표로, 내년까지 3조원을 더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로켓배송은 쿠팡 매출 상승의 1등 공신이다. 2013년 4778억원이던 쿠팡 매출은 로켓배송 도입 다음해인 2015년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2017년 2조원, 2018년 4조원, 2019년 7조원을 돌파했고, 2020년 13조원을 넘겼다.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쿠팡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했다. 2021년 20조원을, 2023년 30조원을 돌파했다. 2년마다 매출이 1.5∼2배로 뛰는 퀀텀점프를 이룬 것이다. 해당 기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60%를 웃돈다. 2021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입성하며 성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 도입한 와우멤버십의 경우, 소비침체에도 쿠팡이 고객 기반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해준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와우멤버십 회원 수는 2020년 600만명에서 지난 2023년 말 기준 1400만명에 달했다. 연평균 30%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쿠팡의 활성 고객 수를 보면, 2020년 1485만명에서 2021년 1794만명, 2022년 1812만명, 2023년 2100만명, 2024년 2280만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쿠팡의 성장가도가 올해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네이버가 내달 쇼핑앱을 출시하며 커머스 사업의 세를 확장한다. 배송경쟁력도 높인다.
현재 운영 중인 오늘·내일 배송 외에 주문 1시간 내외에 배송해주는 '지금배송', 주문 다음 날 오전 도착하는 '새벽배송' 등으로 배송 시스템을 세분화한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 수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 회원수를 100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넷플릭스와의 멤버십 공유로 고객 기반을 빠르게 확보해 나가는 중이다.
초저가 카드를 들고 한국 시장에 잇따라 직진출하고 있는 C-커머스의 공세도 거세다. 알리바바그룹 계열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최근 테무가 한국 오픈마켓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이른바 '반(反) 쿠팡동맹'의 행보도 변수다. 60만 판매자를 보유한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성장가도를 보장할 수 없는 요소들이 쿠팡의 앞에 높여있는 셈이다.
이에 쿠팡도 2022년 대만 현지에 로켓배송·로켓직구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국내 시장뿐 아니라 대만 등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사업은 대만에 집중하는 가운데, 쿠팡이츠를 통해 일본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유통시장은 매출 40조원대의 공룡 쿠팡, 공시기준 거래액 50.2조원의 네이버, 전체 매출로 봤을 때 쿠팡과 규모가 비교할 만 한 신세계그룹, 그리고 공격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C-커머스 등 3개의 중심축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600조원 규모의 국내 유통시장에서 독보적 배송력의 쿠팡, 막강한 플랫폼 비즈니스 경쟁력을 보유한 네이버, 오프라인 기반의 경쟁력을 구축해 온 신세계, 초저가 물량공세를 펼치는 C-커머스 중 과연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지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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