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 상법개정안 강행처리
이사들 신속한 경영 판단 어려워
기업 투자·신산업 진출에 악영향
거대야당이 대표적인 '기업 목줄법'으로 꼽히는 상법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경제계의 강한 반발에도 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달 전보다 무려 0.4%포인트(p)나 낮춰 1.5%로 예상하는 등 경제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는데, 거야는 외려 경제를 살려야 할 주체인 기업의 목을 조르는 형국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청래 법사위원장 등의 의사진행에 항의를 표하며 전원 퇴장한 뒤 표결에 불참했고,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처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통과는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선진 자본시장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라며 상법 개정안 처리 의지를 드러냈다.
여당은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맞섰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를 행사할 지는 불확실하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여당인 국민의힘과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상법개정안 처리를 재고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은 "기업의 활력이 둔화되면 투자와 일자리가 감소해 국민경제도 어려워지는 코리아밸류다운이 초래될 것"이라며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는 상법 개정보다 소수주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핀셋 처방식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사들의 신속한 경영 판단이 어려워져 신사업 진출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경영권 방어도 위태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단순 주주뿐 아니라 엘리엇(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량의 주식을 매입한 후 '충실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경영권마저 흔들릴 수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달엔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KT&G를 상대로 1조원대의 주주대표소송을 걸기도 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주대표소송이 아닌 각 주주별로 각각의 이사에 대한 개별 소송을 할 수 있어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 팀장은 "법이 통과되면 기업의 투자와 신산업 진출이 어려워지고, 일상적 경영 판단도 지체돼 결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주권 보호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자고 하는 것은 이사의 역할, 이사회 기능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라며 "소수주주 보호라는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만큼 국회는 상법 개정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우진·전혜인기자 jwj17@dt.co.kr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으로부터 상법 개정에 대한 경제8단체 건의문을 전달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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