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5G 기술 협업을 맺고 스마트 제조 솔루션 구축에 속도를 낸다. 최근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로봇 전용 배터리도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등 모빌리티를 포함한 전방위 분야에서 협업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미래 기술 동맹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대될 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삼성전자와 협력해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 실증을 마치고, 관련 기술을 다음달 3일부터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IT·전자 박람회 'MWC25 바로셀로나'에 전시한다고 26일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달부터 삼성전자의 수원사업장 내 테스트베드에서 삼성전자의 전용 기지국과 통합관리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5G 특화망 레드캡 인프라 설비를 바탕으로, 현대차가 직접 설계한 완성차 검사 단말기를 활용해 공장 내에서 운용할 장비와의 통신 성능에 대한 검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특히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장비인 'D 스캔'에 레드캡 기능을 지원하는 퀄컴의 SDX35 칩셋을 탑재하고, 삼성전자의 5G 특화망 인프라와 연동해 고용량의 차량 품질검사 데이터를 빠르게 송·수신해 보다 효율적인 차량 검사 체계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에는 현대차·기아와 삼성SDI가 경기 의왕연구소에서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신규 개발 배터리의 로봇 적용 평가·성능 고도화를, 삼성SDI는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한 고용량 소재 개발과 배터리 효율 고도화를 각각 담당한다.
현대차·기아는 다음달 개최되는 '인터배터리 2025'의 삼성SDI 전시관에서 회사의 서비스 로봇 달이(DAL-e)와 모베드(MobED)를 전시할 예정이다.
삼성·현대차그룹간 협업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양사간 기술 동맹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이 1995년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고 현대차그룹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 사 간의 관계는 25여년 간 끊겼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2020년 5월 전격 회동에 나서면서 관계 개선에 물꼬를 텄고 이후 현재까지 반도체, 배터리를 포함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전방위 분야에서 동행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023년 6월 현대차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삼성SDI가 현대차와 각형 배터리 장기공급계약 체결했다. 그 해 삼성전기는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로 선정됐다.
작년 1월에는 현대차·기아가 삼성전자가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위한 카투홈(Car-to-Home)·홈투카(Home-to-Car) 서비스 제휴를 맺었으며, 지난달 CES 2025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 부스 중앙에 현대차의 아이오닉 9를 전시하고 충전 솔루션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전장·모빌리티 서비스 등 B2B(기업간 거래)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전환에 속도를 내는 현대차그룹의 협업 관계가 앞으로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는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단 시간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이다. 현대차는 이날 '5G 협업' 보도자료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글로벌 최상위권의 네트워크 솔루션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상호 기술력을 결합해 최신 통신 기술인 레드캡을 특화망에 적용한 주요 사례"라며 "업계 최초로 단말기부터 통신장비까지 특화망 전체에 걸쳐 레드캡 기술을 실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유즈케이스를 전세계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