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2%대로 내리자 시중은행들이 곧바로 대출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던 과거 모습과 사뭇 다르다.
하루만에 우리은행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다른 은행들도 추가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28일부터 5년 변동(주기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신규 신청하는 경우 가산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21일 우리은행은 주담대 금리우대 최대한도를 0.1%p 확대(1.0%→1.1%)하고 3인 이상 다자녀가구에 대한 0.2%p 추가 금리우대를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3월 초부터는 '우리원(WON)갈아타기 직장인대출' 금리를 0.20%p 내린다.
중소기업대출 금리도 낮춘다. 3월 초부터 일선 지점장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인하 전결권을 0.30%p 확대해 대출 실행 속도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이번 조치로 신규대출 고객과 함께 기존에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도 기간 연장 시 동일한 금리인하 효과가 적용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선제적인 금리인하 조치와 함께 앞으로도 시장금리 인하 추이에 맞춰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들을 위해 금융비용 경감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상생금융과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충실히 마련해 고객에게 힘이 되고 금융의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린 다른 은행들도 추가 인하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방어 차원에서 단행된 만큼 은행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금융당국과 여론의 압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월례간담회에서 "이제는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은행 대출금리를 직접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 12일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한 번에 최대 0.6%p 인하했다. 전세대출 금리는 대면 상품이 최대 0.2%p, 비대면 신규 상품은 최대 0.5%p, 비대면 대환 상품은 최대 0.3%p 낮아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주택 관련 대출의 고객 부담을 완화하고 실수요자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도 대출금리 추가 인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4.44%~4.81%를 기록 중이다. 한은이 전날 기준금리 0.25%p를 인하해 기준금리는 현재 2.75%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