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콘텐츠국 부장
![[현장칼럼] 트럼프, 우크라 희토류에 꽂힌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2702102369607001[1].jpg "[현장칼럼] 트럼프, 우크라 희토류에 꽂힌 이유")
트럼프는 4년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트럼프가 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놔두고 애꿎은 젤렌스키만 잡고 있는 형국이다. 다분히 협상용 수사로 느껴지지만, 트럼프는 "젤렌스키는 독재자"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안전 보장이냐 희토류냐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격한 감정까지 표출됐던 양국의 협상도 곧 타결된다는 소식이다. 게다가 푸틴이 미국을 향해 우크라이나 내 희토류 개발에 협력하자고 제안하면서 전쟁이 묘한 방향으로 흘러갈 조짐도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면서 천연자원을 둘러싸고 새로운 냉전의 시대가 시작됐다. 국가 간의 권력관계도 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동맹이든 적이든 가리지 않는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걸고 집권 2기를 여는데 성공한 트럼프에 희토류는 군침 도는 자원일 수밖에 없다. 과연 희토류가 뭐길래 트럼프가 이렇게 욕심을 내는 걸까.
희토류는 말 그대로 많이 발견되지 않는 물질이다. 희토류는 15종의 란탄족 원소, 스칸듐 등을 포함한 17가지 금속을 의미한다. 희토류는 전동 공구부터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 의료기기 등 전산업 분야에 널리 쓰인다. 이 때문에 희토류는 '21세기 석유'로 불린다. 2021년 전세계에서 채굴된 희토류는 28만톤으로 알려졌다. 이는 1950년대 중반 채굴된 양의 32배다. 전문가들은 2040년이면 지금보다 최대 7배의 희토류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도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의 8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마음 먹기에 따라 희토류 가격을 올리기도 내리기도 한다. 희토류는 권력이며 무기가 됐다. 중국은 수출량을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전략자원화 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희토류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마운틴패스 광산에서 희토류를 생산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환경규제 수준이 떨어진 중국이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 중국이 세계시장의 지배적인 생산자가 되면서 불확실성도 커졌다.
전세계 희토류 매장량은 1억3000만톤으로 추정된다. 이 중 중국의 비중은 34%로 1위다. 거의 대부분 네이멍구 지방에서 산출된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욕심낸 우크라이나 희토류 매장량은 얼마나 될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내 희토류는 약 11조5000억달러(약 1경6600조원)로 추정된다고 했다.
기업가 출신 트럼프는 자유주의 동맹국에 대한 안보 지원도 어디까지나 거래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군사나 물자 보낼테니 대신 자원을 가져오라는 트럼프식 거래다. 트럼프에겐 중국과의 본격적인 통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희토류 해결이 필수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희토류 매장지인 덴마크령 그린란드도 돈으로 사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안보는 최악에 대비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국에게도 예외가 없다. 희토류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은 자원 안보를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리더십 부재 상태인 한국은 과연 이 격랑을 헤치고 생존하면서 번영할 수 있을까.
김광태 디지털콘텐츠국 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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