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충돌 등 부정적 영향
이차전지, 불황속 반등 예의주시
이차전지, 불황속 반등 예의주시
우리나라 주력분야인 기계산업이 미중 무역갈등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계산업 업종별로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이차전지 수요 감소로 지난해 침체에서 불황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중동발 인프라 특수와 전 세계적인 경기부양책 시행 등이 기계산업의 반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이 27일 발표한 '기계산업 2024년 성과와 2025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계산업 생산과 수출은 전년에 비해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는 글로벌 건설경기 불황과 세계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기계산업 생산은 전년 대비 2.8% 감소한 150조원을 기록했고, 수출은 0.8% 줄어든 609억 달러, 수입은 3.8% 증가한 538억 달러로 집계됐다.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제조업 자립 및 부동산 위기 등이 기계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수출 실적이 둔화됐다.
올해는 중동지역의 대규모 플랜트 수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건설경기 불황 장기화, 전기차 시장 캐즘 지속 등 부정적 요소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기계산업 생산과 수출 모두 전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같은 전망은 국내 주요 기관들이 올해 기계산업이 반도체 등 IT제품의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전년 대비 정체 또는 소폭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업종별로 보면 플랜트 산업은 작년처럼 호황을 이어가겠지만, 다른 분야는 전반적으로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차전지 장비의 경우 총 수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 관세정책 등 악재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생산과 수출, 수입 모두 전년에 비해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차전지 장비 수출은 54억 2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5.5% 큰 폭으로 줄었고, 수입은 국내 배터리 3사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의 역수입량이 크게 늘어 2022년 대비 50.7% 증가한 바 있다.
이처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차전지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하반기부터는 전기차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이차전지 장비 시장이 성장세로 반등할 지 예의주시된다.
반도체 장비 시장은 반도체 수급 조절과 수요 회복 노력으로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도 IT제품 등 전방산업의 수요 회복과 기저 효과에 따라 3∼5%의 수출 증가세가 예상된다.
길형배 기계연 기계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올해 기계산업은 미중 무역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부정적 요소와 중동 지역 인프라 투자 확대 등 긍정적 요소가 공존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과도한 관세정책,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등이 기계산업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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