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협약을 통해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던 기술 협력의 범위가 B2B 사업자, 특히 소상공인으로 확대될 뿐 아니라 글로벌에도 '팀 코리아'로 공동 진출하며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기아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타라고나의 타라코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기아 EV 데이' 행사장에서 삼성전자와 '기아 PBV-삼성전자 IoT 솔루션 기반 B2B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기아 PBV와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B2B 솔루션 '스마트싱스 프로'를 연동한다. 이를 기반으로 B2B 고객의 PBV와 차량 외부의 비즈니스 공간이 연결되고 자동화 제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양사가 PBV 사업에서 손을 잡은 것은 B2B 사업 확대에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4에서 스마트싱스 프로를 시반으로 한 AI B2B 솔루션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주거용 건물, 상업용 선물 등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는 B2B 전용 통합 연결 플랫폼이다.
기아도 첫 PBV 모델인 PV5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B2B 사업에 발을 내디뎠다. 기아는 작년 CES 2024에서 PBV 콘셉트를 공개했을 때 글로벌 회사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100여개의 업체와 현재 PBV 협력을 진행 중인데 삼성전자와도 B2B 사업에서 의견이 일치해 실무 검토 이후 협력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박찬우 삼성전자 B2B통합오퍼링센터 부사장은 "다른 경쟁사들은 이런 혁신적인 차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 연결성과 다양한 B2B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회사가 기아라고 판단해 작년부터 협력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상대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의 스마트싱스 프로를 사용하는 고객이 글로벌에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고객들에게도 기아의 차량이 홍보가 되고 시장이 확대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양사는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PBV 시장에 동반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PV5 출시가 예정된 국내와 유럽을 메인 시장으로 PV5 론칭 국가에 맞춰 다른 국가로 해당 솔루션을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현재 기술검증(PoC)을 검토 중에 있으며 실제 양산차 적용은 내년 중반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협약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협력이 강화됨을 보여줬다. 기아가 전동화 전략과 신차를 발표하는 중요한 자리에 삼성전자와의 MOU 체결식을 갖는 것도 이러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양사가 기업 사이 오랜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전방위 협업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삼성전자가 완성차 시장에 진출한 1995년 이후 25년여간 단절된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3세 경영에 들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러한 갈등을 끊어내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손을 잡았다. 이익이 된다면 갈등보다 협력을 지향하는 '달라진 3세 경영'의 대표적인 예다.
재계에서는 최근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업종을 막론하고 기업들이 합종연횡에 나서게 되며 이종으로 분류됐던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자동차가 이전엔 단순한 이동수단에 그쳤다면,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서는 움직이는 스마트폰, 휴식을 취하는 복합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양사의 협업도 배터리,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으로 다양해졌으며, 나아가 로봇 등 미래 먹거리에서도 협력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생태계가 확장되며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협력도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수출을 이끄는 양대 대기업의 협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타라고나(스페인)=임주희기자 ju2@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