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 소추위원으로 최후진술 때 다수결만 앞세운 鄭…羅 "의회주의 부정"
21대·22대 국회 민주당의 의장·법사위원장 독식, 법안 강행처리 등 관행부정 비판
"다수파와 소수파 공개·합리적 토론 후 다수결에 정당성" 헌재 판례도 거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소추위원으로서 한 최후진술을 두고 "궤변과 요설로 더 이상 의회민주주의를 퇴보시키지 말라"고 비판했다. 국회 단독 과반 제1당 일원으로서 '여야 합의'를 부정하고 '다수결' 논리를 앞세우자 날을 세운 것이다.
나경원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국회 소추위원인 정청래 법사위원장 발언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여야 합의는 헌법과 국회법 어느 법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 제49조에서 규정한 국회 의사결정은 다수결로 하라는 헌법적 명령이다'? 의회민주주의 부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수결 만능주의로 곡해하고, 국회의 합의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다양한 갈등을 조정하는 게 의회이고, 그러기에 의회는 다수결의 원리에 앞서 합의의 원리에 의해 작동된다"고 말했다. "17대 국회 초선시절 선배의원께 난 질문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지난 2월26일 서울 명동 YWCA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멘토' 신평 변호사 출판기념회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17대 국회는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이 과반이었다. 나 의원은 당시 '국회가 왜 법에 쓰인대로 다수결로만 하지 않는지' 다선 의원에게 물었고 "국회는 여야 합의가 국회법 규정에 앞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선 의사일정, 본회의 안건 정하는 것도 모두 여야 교섭단체 합의에 의하게 돼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원내대표들은 자주 머리를 맞댄다.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안건을 올리고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게 '강행 처리'"라며 "합의가 기본인 의회민주주의이기 때문에 국회, 각 상임위 산하 법안소위에서 한명의 의원이라도 반대하면 계속심사로 보류하며 이견을 좁혀갔지 표결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지금의 국회는, 이젠 '무조건 표결'이다. 22대 국회 시작 8개월 만에, 113건을 '반대의견이 있음에도' 상임위·소위 표결로 처리했다. 19대 4년 동안 10건, 20대는 7건에 불과했는데"라며 "이 추세면 22대 4년 임기 동안 500건 이상을 여야합의 없이 거대야당이 단독 강행처리할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게 가능해진 건 바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독식해서"라며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에 각각 안배해 원(院)구성 협상하는 건 오랜 국회 관행이다. 한 정당이 독식하면 단 하루만에도 법안을 단독처리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1대 국회부터 민주당이 의장을 단독 선출하며 관행을 무너뜨렸다고도 했다.
그는 "여당이 야당 없이 단독으로 (21대) 국회를 개원한 건 민주화 이전인 1967년 7대 국회에 이어 헌정사상 두번째"라며 "민주화 이후 최초로 교섭단체별 비율로 상임위원장 배분 않고 1당이 단독으로 선출한 국회"라고 짚었다. 22대 국회의 경우 민주당이 8일 만에 의장·법사위원장에 운영·예결위원장까지 독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역시도 타협과 합의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다수결만능주의 폭압에 의한 원구성 독재였다"며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180석에 육박한 거대여당이던 한나라당은 국회 합의정신을 우선시해 '88일 간' 오랜 협의를 통해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안배했다. 의장은 여당,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았다"고 '견제와 균형' 사례로 대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2월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 국회 탄핵소추위원(법사위원장 당연직)으로서 출석해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사진>
나 의원은 "국회법엔 '합의'라는 단어가 총 15회, '협의'라는 단어가 55회가 규정돼있다. 이와 함께 합의제가 다수결보다 앞서는 원리 속에서 의회민주주의는 성숙해 왔다"고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이상 지속된 국회의 합의 관행이 앞서 '관습헌법'을 인정한 헌법재판소 기준이면 '불문헌법적 관습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헌재 결정(2015헌라1)으로 '다수결원리는 소수파에게 토론에 참가하여 다수파의 견해를 비판하고 반대의견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다수파와 소수파가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친 후 다수의 의사로 결정한다는 데 그 정당성이 있다'고 판시됐다며 "다수결은 무제한적 다수의 독주를 정당화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입법폭주와 정략탄핵 시리즈는 법에 의한 민주적 지배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다수당의 사적지배다. 지금처럼 다수의 일당이 국회를 마음대로 한 적은 없었다"며 "정 위원장은 터무니 없는 법해석으로 상임위에서 퇴장, 발언권 제한과 같은 횡포를 일삼아왔다. 궤변과 요설로 더 이상 의회민주주의를 퇴보시키지 말라"고 했다.
나아가 "이재명 민주당의 방탄국회·입법독재를 아무런 견제도 없이 가능케 하는 법사위원장 자리는 반드시 반환받아야한다"며 "헌법이 설계한 권력분립과 상호견제의 원칙이 다수당의 일방적 독주에 희생되는 순간, 우리 헌정질서는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고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것이다. 국회는 국민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