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은 미 국민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수입 물품의 가격 상승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달 초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산 수입 규모가 미 공식 통계보다 많아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헌터 L. 클라크 등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지난 4일 시행된 대중국 10% 추가관세 부과 등의 여파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연구진은 "(그동안의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국산 수입은 공식 통계에 보고된 것보다 훨씬 적게 줄어들었다"면서 "최근의 대중국 관세 조치는 미국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시작했고 이는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에서도 이어진 만큼 미국의 전체 수입에서 중국산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그 규모를 둘러싸고 미중 통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통계를 보면 이 비중은 2018년 21.6%에서 지난해 13.4%로 8.2%포인트 하락했다. 명목금액 기준으로는 660억달러(약 94조원) 줄어들어 4390억달러(약 630조원)로 집계됐다. 반면 중국 통계에선 미국의 전체 수입에서 중국산 비중은 2.5%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명목금액 기준으로는 오히려 912억달러(약 130조원) 늘어나 5240억달러(약 752조원)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중국이 팔았다고 밝힌 것보다 미국은 중국산 구매가 훨씬 적다고 한다"면서 그런 만큼 이번 관세의 영향도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그러면서 당초 중국에 적용될 예정이었다가 캐나다·멕시코 관세 유예와 함께 미뤄진 '최소 기준 면제'(de minimis exemption)가 현실화할 경우 여파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봤다. '최소 기준 면제'는 800달러(약 114만원) 이하 중국·홍콩산 소액 수입물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해주는 조치로, 2016년 기준액을 200달러(약 28만원)에서 800달러로 높인 뒤 소액물품의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였다. 연구진은 "지난해 중국산 최소 기준 면제 적용액이 적게는 50%, 많게는 100% 이상 증가해 500억달러(약 71조원)를 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 혜택이 중단되고 중국 기업들이 수출 가격을 내리지 않을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5일 미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CB)가 발표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에서도 나타난다. 신뢰지수는 98.3으로 전달보다 무려 7포인트 하락했다. 시장 전망치(102.3)를 크게 하회한 데다 8개월 만에 가장 낮다. 하락 폭은 2021년 8월 이후 가장 컸다. 소비자신뢰지수는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다. 지수가 기준(100)을 웃돌면 '낙관적'으로, 반대로 밑돌면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해석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수입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미 세무 및 컨설팅 회사 이와이(EY)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다코는 "관세가 물가상승율을 올해 0.4%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