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총리였던 李 "선관위 감사결과 부정채용 비리 충격적, 정치인 유착까지"
"감사 위헌? 헌재 판단으로 비리 용인 시 국가에 위험"…제도개선 개헌도 촉구
거대야당 책임론 더해 "청년에 죄"…전병헌도 "'인국공 사태'보다 심각" 눈길
보수여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세습 채용' 비판에 범진보의 반명(反이재명) 새미래민주당도 공개 가세했다. 제1당 더불어민주당의 미온적 대응, 감사원의 선관위 감찰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나선 헌법재판소를 함께 질타하기도 했다.
지난 2월28일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기념관에서 '제7공화국' 헌법 개정 관련 시국강연회를 열고 발언하는 모습(왼쪽). 오른쪽은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전경.<새미래민주당 제공 사진·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새민주당 창당 주주이자 잠룡으로 꼽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중앙선관위 비리가 충격적이다. 선관위 인사들이 선관위를 '가족회사'라 부르며 간부 자녀들을 마구 채용했다고 한다. 무단결근을 하고 급여를 부정수령한 사례, 선관위 간부(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가 업무용 전화로 정치인들과 소통한 사실도 드러났다"며 "부정채용, 세습채용, 근태불량, 정치인 유착 등 상상을 뛰어넘는 총체적 비리"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선관위 인력 관리 실태 보고서를 통해 2013~2022년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에서 실시한 167회 '경력 경쟁채용'을 모두 조사한 결과 채용공고 누락 등 규정위반이 662건, 중앙선관위의 경우 2013~2023년 총 124회 경력 경쟁채용에서 시·도 선관위와 유사한 규정 및 절차위반을 216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낙연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와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구(舊)여권의 주역이지만 선관위에 단호한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는 "선관위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이다. 선관위의 공직자라면 '최일선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지킨다'는 사명감과 직업 윤리를 가져야 한다. 그런 기관에 총체적인 공직기강 해이가 일어났다는 건 참담하고 한심한 일"이라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제대로 처벌받지도 않는다면,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성실하게 노력하며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철저한 수사와 처벌, 헌법 개정을 대안으로 들었다.
또 "게다가 이상한 건 거대야당 민주당의 태도다. 입법권을 사실상 독점한 압도적 다수의석의 야당이 이 문제에 침묵하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헌재를 향해선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와 동시에 헌재는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선관위가 독립기관이니까 행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건 위헌이란 것"이라며 "법리와 별도로, 헌재의 그런 판단이 선관위 비리가 용인받는 것으로 호도된다면 국가에 위험하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선관위는 다른 권력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성만큼, 투명성과 공정성도 확보해야 한다"며 "그토록 중요한 기관에서 조직적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그것을 감시, 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건 현행 민주주의 체제의 종말을 알리는 또 하나의 신호다. 선관위 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 더 근본적으로는 개헌을 통한 현행 87년 체제의 종식이 절박한 시대과제가 됐다"고 역설했다. 대통령 권력 분산뿐만 아니라 헌법기관 질서에 관한 개헌도 촉구한 셈이다.
지난 2월28일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기념관에서 열린 '제7공화국' 헌법 개정 관련 시국강연회 인사말을 하는 모습.<새미래민주당 제공 사진>
전병헌 새민주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선관위와 헌재 비판에 가세하되 '민주당의 침묵'을 꼬집고 나섰다. 그는 "선관위 독립성 침해의 위험성을 고려한 법리적 판단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나,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공정성을 파괴한 불의를 헌재가 옹호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며 "헌재 결정이 틀린 것이라 볼 순 없지만, 헌재가 신뢰를 크게 훼손한 상황에서 선관위를 보호하는 이번 판결은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병헌 대표는 "결론적으로 헌재의 판결은 선관위를 '성역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헌법의 핵심 가치인 '공정과 정의'를 훼손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했다. 헌법 기관의 공정성을 믿고 채용 준비를 해온 수많은 2030세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탄핵과 특검'을 남발하며 '제왕적 입법권'을 행사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 문제에 왜 침묵하는가. 이재명의 범죄리스크를 방어하는 것 외엔 관심조차 없는 것이냐"고 화살을 돌렸다.
그는 "이번 사태는 '현대판 음서제'와 다름없다. 선관위 간부와 직원들의 친인척뿐만 아니라,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의 아들·딸까지 특혜 채용됐단 사실은 충격적이다. 최근엔 정치권과의 비밀 연락용 선관위 사무총장의 '세컨드 폰'이 발각됐다는 폭로 기사도 나왔다"며 "선관위의 세습 고용 문제는 과거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일괄 전환)사태'보다 훨씬 심각하다. 단순한 공기업이 아닌 헌법기관이 공정성을 파괴한 심각한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비교하며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전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탄핵과 특검이란 전가의 보도를 왜 이번 사태에는 꺼내 들지 않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헌법상 독립 기관에 대한 감찰과 감시 기능의 보완이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 지금처럼 성역화된 기관이 존재하는 한, 공정성과 정의는 사라지고 국민의 신뢰는 더욱 추락할 것"이라며 "정치권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 세대가 느끼는 박탈감과 분노에 대한 대답을 정치권은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고 이재명 대표 중심의 민주당에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