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SF영화 속 장면이 현실로…배터리가 바꿀 미래 모빌리티

입력: 2025-03-04 05:35 박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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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과 배터리가 결합된 태양광 전기차가 달리고, 서비스 로봇이 길을 안내하며, 자율주행셔틀이 거리를 누빕니다. 태양광 전기차 '앱테라(Aptera)'부터 서비스 로봇 '달이(DAL-e)', 자율주행셔틀 '로이(ROii)', 전기차용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기반의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BMS)'까지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는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조명하는 자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배터리가 기존 전기차 중심의 단순 전략 저장장치를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을 움직이는 심장임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인터배터리에서 21700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될 미국 태양광 전기차 스타트업 앱테라 모터스의 태양광 모빌리티 차량을 선보입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양산되는 태양광 전기차로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이 태양광 전기차는 태양광 패널과 고효율 배터리 팩을 결합해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성과 수명, 친환경성, 충전 인프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제품입니다. 배터리 기반의 모빌리티 미래를 제시하는 중요한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앱테라는 초경량 설계와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해 배터리 소비를 최소화하면서도 긴 주행거리를 확보한 것이 특징입니다. 태양광 패널만으로 하루 최대 64km까지 주행할 수 있어 짧은 거리는 충전 없이도 운행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를 완충하면 최대 1600km까지 주행이 가능합니다.

앱테라 차체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방울 형태와 날렵한 삼륜 구조를 채택한 만큼 미래 지향적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실제 양산을 앞둔 현실 모델입니다. 올해부터 약 5만여대의 선주문 물량이 미국 시장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SDI 부스에는 고성능 21700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기아로보틱스랩의 달이와 모베드가 참관객들을 맞이합니다. 달이와 모베드의 등장은 삼성SDI 배터리의 적용 범위가 단순히 전기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달이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서비스 로봇으로, 환영 인사부터 삼성SDI 배터리 소개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로봇용 배터리는 경량화와 고출력, 장시간 사용 가능성이 중요한 만큼 로봇 시장에서의 배터리 경쟁력을 알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달이 옆에는 모베드가 전시됩니다. 모베드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네 개의 기능성 바퀴를 장착한 다목적 모바일 플랫폼으로, 불규칙한 노면이나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빠른 주행이 가능합니다. 1인승 퍼스널 모빌리티, 화물 운송, 특수 임무 수행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삼성SDI가 인터배터리에서 현대차·기아와 공동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달 24일 체결한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 업무협약의 연장선으로 단순한 배터리 공급 관계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삼성SDI는 가상 탑승 체험이 가능한 자율주행셔틀 로이도 배치했습니다. 삼성SDI의 21700 배터리 약 4000개가 탑재된 로이는 국내 1위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레벨4 자율주행셔틀입니다. 운전석이 없는 완전 무인 모빌리티로 최대 11명까지 동시 수송이 가능합니다.

로이 역시 'Powered by Samsung SDI' 문구를 통해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이 자율주행 모빌리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시 부스 곳곳에서 삼성SDI의 배터리가 단순히 전기차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셔틀, 로봇, 도심형 이동 수단 등에 적용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SK온은 SK엔무브와 배터리 안전성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기차용 액침냉각 기술을 선보입니다. 액침냉각은 배터리 셀 전체를 냉각액에 담가 열을 빠르게 방출하는 시스템으로 기존 공랭식이나 수랭식보다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화재나 폭발 위험성을 대폭 낮출 수 있습니다.

또 액침냉각 시스템은 급속 충전 환경에서 셀의 온도를 낮게 유지해 줍니다. 각 셀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으면 충·방전 성능이 달라지고, 배터리 성능 저하와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됩니다. 액침냉각이 각 셀을 고르게 식혀 온도 차이를 최소화해 배터리 전체의 수명을 연장하는 수순입니다.

SK온은 여기에 독자적 무선 BMS를 접목해 액침냉각의 성능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기존 유선 BMS는 배터리 내부에 복잡한 케이블을 배치해야 했고 이 케이블들이 냉각 플루이드의 흐름을 방해했습니다. 배터리를 잘 식혀야 하는데 케이블이 걸리적거려 냉각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어 무선 BMS를 도입했다는 설명입니다.

SK온은 배터리 셀 탭에 무선 칩을 직접 부착하고, 그 칩이 수집한 정보를 모듈의 안테나가 BMS에 전송하는 구조를 고안했습니다. 배선 없이 배터리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할 수 있어 배터리팩 내부에서 냉각 플루이드가 원활하게 순환할 수 있는 데다 공간이 확보되면서 에너지밀도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SK온의 무선BMS 기술이 상용화되면 '배터리 여권'의 활성화도 앞당겨질 전망입니다. 무선 칩을 활용하면 각 셀의 생산 공정부터 원산지, 사용 기간, 재활용 가능성 등에 이르기까지의 이력을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충전 상태(SOC), 잔존 수명(SOH), 출력 수명(SOP) 등 진단 정보를 저장·관리하기 용이해집니다.

액침냉각과 무선 BMS가 결합되면 전기차뿐만 아니라 UAM 등 다양한 산업에서 차세대 배터리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터리 안전성과 성능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박기수 SK온 연구개발본부장은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안전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향후 액침냉각과 무선 BMS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시장을 선도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혁신을 기반으로 모빌리티의 전동화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