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지난해 말부터 SMC 통한 취득 정황"
고려아연 "환율 변동 여파, 명예훼손 심각"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호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대한 고려아연의 채무보증 금액과 채무금액 잔액을 놓고 또다시 진실공방을 시작했다.
고려아연은 3일 "SMC에 제공하는 채무보증 금액은 미화 1억7000억 달러로 MBK와 영풍이 말하는 것처럼 증가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4분기처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증가한 것처럼 보일 뿐, 오히려 2022년 최초 채무보증 때 규모인 2억2000억 달러에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영풍·MBK파트너스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전날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대한 고려아연의 채무보증 금액과 채무금액 잔액이 지난해 4분기 급증했다"며 "지난해 말부터 SMC를 통한 영풍 지분취득 준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고려아연의 대규모기업집단현황 공시에 따라 고려아연의 2024년 4분기 말 SMC에 대한 채무보증 금액과 채무금액 잔액이 직전 분기 대비 각각 255억6800만원, 414억3200만원씩 급증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영풍·MBK는 "영풍 주식취득 직전 분기에 고려아연의 SMC에 대한 채무보증 금액과 채무금액 잔액이 수백억원씩 급증한 것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SMC에 대한 채무보증 규모를 증가시켜 자금을 마련하고, 그 자금으로 영풍 주식을 취득하게 시킨 명백한 증거"라며 "이 기간은 최 회장이 고려아연 CEO회장이면서 동시에 SMC의 이사로서도 재직했으므로, 최 회장이 주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해외 계열사의 채무보증금액과 채무잔액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로 환산할 경우 달라진다"며 "사실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MBK 측은 허위 사실에 기반해 여론을 호도하고 SMC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들은 "2022년 10월 SMC에 2억2000만달러의 채무보증을 제공한 후 2023년 채무보증금액을 1억7000만달러로 줄였다"며 "이후 올해 3월 현재까지 채무보증금액 1억7000만달러를 유지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지난해 4분기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원화 기준으로 채무보증금액이 증가한 것처럼 보일 뿐, 실제 금액은 1억7000만달러 그대로"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SMC에 따르면 회사는 여러 호주 계열사들과 협력해 '친환경 제련소'를 추진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MBK·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SMC 기업가치와 사업을 지키기 위해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측은 지난달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법원에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앞두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지난달 21일 오전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사건의 심문 기일을 열고 양측 입장을 들었다. 이어 28일을 심문 종결일로 정하고 고려아연 정기주총 일정을 고려해 늦어도 이달 7일까지 결론 짓기로 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인용 등 영풍·MBK의 손을 들어주면 경영권 분쟁은 다시 주총 표 대결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처분이 기각되면 최 회장이 승기를 굳히게 되며, 이는 또 영풍·MBK의 본안 소송으로 이어져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양호연기자 hyy@dt.co.kr
23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 모습. 고려아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