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달성 사저 예방한 국힘 투톱 권영세·권성동
옛 탄핵파 권성동에 朴 "다 지난 일" 넘겼을까
"집권당 대표나 의원들 소신 지나치면…" 전언
尹 탄핵 부른 계엄사태 대신 "여당 단합" 집중
MB 예방 때도 "소수정당 똘똘뭉쳐" 전언 집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일 국민의힘 친윤(親윤석열)계 지도부를 만나 "집권당 대표가 소신이 지나쳐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전 당대표의 소신을 겨눈 '전언(傳言) 정치'가 계속된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를 초래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이나 중도층을 아우른 국민통합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쯤 대구 달성군 사저로 예방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와 면담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신동욱 당 수석대변인이 취재진을 만나 전했다. 지도부 전언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은 1시간 가량의 면담에서 "지금 국가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집권여당이 끝까지 민생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일 대구 달성군 사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가운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국민의힘 제공 사진>
또 "거대야당을 상대로 하는 힘든 일이 많겠지만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꼭 다해달라"며 "두 대표(권영세·권성동)가 경험이 많은 만큼 이 상황을 잘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중 권 원내대표는 2016~2017년 여당(당시 새누리당)의 박 전 대통령 탄핵·탈당파로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을 맡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및 파면 선례를 만든 주역이다.
권 원내대표는 약 8년 만에 대면한 박 전 대통령에게 "박 전 대통령께서 사랑을 참 많이 주셨는데 마음 아프게 해드려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고, 박 전 대통령은 "다 지난 일인데 너무 개의치 말고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신 대변인은 전했다. 구체적인 대화는 공개되지 않은 반면, 지도부는 당내 소신파를 겨눈 언급을 전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뒀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 구속 상황을 두고 "마음이 무겁다"며 "어려울 땐 대의를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단합'을 당부했다. 특히 "돌이켜보면 개인의 소신이 항상 있을 수 있지만, 집권당 대표가 소신이 지나쳐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힘을 합쳐야 한다. 개인행동이 지나치면 상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정책에 반기를 들며 보편적 증세·복지를 주장한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충돌한 바 있다. 이후 정부의 공무원연금개혁안과 야당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안, 국회법 개정안 야합 논란까지 불거지자 박 전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했고 원내대표 경질로 이어졌다.
이후 본격화한 친박(親박근혜)·비박(非朴) 계파갈등이 2016년 여당의 20대 총선 공천 파동과 참패, 수십명의 대통령 탄핵 반란표로 이어졌단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집권여당 의원들이 소신을 내세워 개인행동을 너무 지나치게 하는 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도 전했다. 당론과 다른 소신투표를 겨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관해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고, (양 진영 지지자가) 대립해 상황이 매우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예방엔 여당 측에서 김상훈 정책위의장, 신 수석대변인, 강명구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최은석 원내대표 비서실장, 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영하 의원이 배석했다.
지난 2월17일 권성동(왼쪽 첫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을 찾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사진>
한편 비대위는 지난달 권 원내대표, 권 비대위원장 순으로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예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MB계였던 권 원내대표를 지난 17일 청계재단에서 접견할 때 거대야당 극복을 우선시하며 "소수 정당은 똘똘 뭉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열흘 뒤(27일) 권 위원장을 만나면서는 "집권당이고, 소수라도 힘만 모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