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과 SK바이오팜, 셀트리온 등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K-신약이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데 이어 제약업계가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어 '제2의 렉라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을 주로 판매하던 국내 중견 제약사들도 이들의 성공 신화를 따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며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가장 무서운 성장세가 예상되는 것은 렉라자다. 렉라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유럽에서도 품목허가를 받았고 올해 일본과 중국으로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렉라자는 J&J(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옛 얀센)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으로 지난해 국내 항암제 중 처음으로 FDA 허가 승인을 받았다. 이를 통해 유한양행은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으로부터 6000만달러(870억여원) 규모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마일스톤을 수령한 덕분에 유한양행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본격 판매가 시작되면서 신약 매출 효과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렉라자의 일본과 중국 품목허가가 각각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럽 내 국가별 출시 조건 등에 따라 올 상반기 중 3000만달러(약 440억원) 유입이 예상되고, 일본 출시로 인한 마일스톤은 1500만달러(약 210억원)가 유입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제2렉라자가 될 수 있는 혁신신약도 준비하고 있다. 렉라자 다음으로는 알레르기 치료물질의 기술수출이 기대된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3일까지 열린 미국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회(AAAAI)에 참가해 알레르기 신약 후보물질 'YH35324'의 임상 1b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가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갖는 의미도 크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세노바메이트 단일 매출만으로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해 2019년 11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뇌전증 치료제(미국 제품명:엑스코프리)로, 지난해 미국 매출만 전년 대비 62% 성장한 4387억원을 벌어들였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 이어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출시를 위해 유럽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캐나다, 중남미, 이스라엘, 중동·북아프리카에 이어 한국 등 30개국에 파트너링 기술수출을 완료했다. 국내에서는 동아에스티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는 세노바메이트의 품목허가와 급여 등재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을 늘려나가는 동시에 출시 국가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제2세노바메이트를 찾기 위해 방사성의약품 등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남미 최대 제약사 중 하나인 유로파마(Eurofarma)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직접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이 2018년부터 자체 개발해 온 뇌파분석 AI 기술과 뇌파 측정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AI 기반 뇌전증 관리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선보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인플릭시맙)가 연 매출 1조2000억원을 돌파했다.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항체 바이오시밀러로서 글로벌 항체의약품 시장에서 중대한 시발점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램시마는 '시장 점유율로 오리지널 제품을 넘어선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타이틀도 갖고 있다. 2013년 9월 유럽에 출시된 후 약 4년의 시간이 흐른 2017년 말에 52%(아이큐비아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항체 바이오시밀러로서 처음으로 오리지널 제품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램시마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재탄생시킨 세계 유일의 인플릭시맙 SC 제형 치료제 '램시마SC'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램시마SC는 유럽에 출시된 2020년 당시 점유율이 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 21%에 이를 정도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램시마SC를 비롯한 후속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 다중항체 등 신약 개발도 성공적으로 추진해 제2·3의 램시마 탄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