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끝없이 추락하던 가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 한마디에 상승장으로 전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극심한 변동성을 경고했다.
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비트코인은 1BTC당 9만400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하루 만에 8만5000달러선에서 단숨에 1만달러가 상승했다.
지난주 비트코인 가격은 다양한 하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관세전쟁과 이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되며 주식시장과 함께 가상자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기관 투자자의 자금 이탈도 급격하게 커졌다. 지난주 24일부터 27일까지 4거래일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27억840만달러(한화 약 3조9556억원)에 달한다. 올들어 주간 기준 가장 많은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더리움 현물 ETF 역시 3억3550만달러(4900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난주 이더리움 가격은 2700달러선에서 2000달러선까지 곤두박질쳤다.
기관 투자자들의 캐시 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시 앤 캐리 트레이드는 비트코인 현물 ETF와 선물 사이의 차액(베이시스)에서 수익을 얻는 투자전략이다. 현물 ETF를 매수해 롱 포지션을 잡고, 선물을 매도하는 숏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방식으로, 헤지펀드들이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 베이시스가 감소하면서 포지션을 대규모로 청산하며 유동성 감소와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네트워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가상자산 비축이 수년간에 걸친 바이든 행정부의 부패한 공격 이후 위기에 빠진 이 산업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엑스알피(리플), 솔라나, 카르다노(ADA)를 비축 자산으로 꼽았다.
비축자산으로 언급되자 엑스알피 가격은 2.2달러에서 2.9달러까지 30% 이상 뛰었고, 카르다노는 66% 상승했다.
당선 전부터 '친 가상자산' 대통령으로 꼽히며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끌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직접적인 언급에 나서자 시장이 환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대통령'을 공언하며 비트코인의 역사적 신고점 경신을 이끌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사인한 행정명령에 비축안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며 실망 매물이 쏟아진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특정 가상자산을 꼽으며 전략자산 비축을 예고하면서 지난주의 약세장을 만회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컨센시스와의 소송을 철회하고 유니스왑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는 등 규제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모습도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주 내내 순유출이 발생하던 비트코인 ETF가 28일 소폭이나마 순매수로 돌아선 점도 과도한 낙폭과 함께 긍정적 모멘텀이 혼재하고 있음을 방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명확한 방향성이 잡히지 않은 관련 규제정책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급락과 급등 가능성이 여전히 동시에 남아있다고 봤다. 이번 전략비축 발언으로 상승세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이전의 기대감을 만족시킬 수준에 도달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강동현 코빗 연구원은 "이번 가격 급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친 가상자산 스탠스를 보인 것과 오는 7일 백악관에서 열릴 첫 크립토 서밋에 대한 기대감"이라면서도 "서밋에서 어떤 얘기가 나올지 정확한 의도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내용에 따라 다시 급락할 수도, 상승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서밋 내용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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