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보다 엑스알피 더 투자
변동성 높은 종목에 고객 몰려
레버리지 상품보다 쏠림현상
"자산 가격변동성도 커질수도"
변동성 높은 종목에 고객 몰려
레버리지 상품보다 쏠림현상
"자산 가격변동성도 커질수도"
그동안 반복돼 온 '리또속'(리플에 또 속냐 줄임말) 조롱 속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엑스알피(XRP·리플)에 진심이었다. 상승장 속 국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보다 엑스알피를 더 많이 거래했다.
비트코인은 카르다노(ADA)보다도 낮은 관심을 보였다. 동일한 호재 속 가격이 낮아 변동성이 더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성향이 가상자산 시장서도 나타났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서 국내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위험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24시간 엑스알피 거래량은 39억783만달러(한화 약 5조7113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거래량의 156억3544만달러(22조8590억원)의 25%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엑스알피의 국내 24시간 거래대금은 지난 28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전체 거래대금보다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의 전략 비축을 선언하며 꼽은 코인에 엑스알피가 포함되며 거래량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엑스알피의 쏠림 현상이 짙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솔라나, 에이다와 비교해도 엑스알피의 거래량이 압도적이었다.
같은 시간 국내 거래소 비트코인 거래량은 12억2827만달러(1조7945억원)로 리플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대금이 543억달러로 리플보다 3배 이상 많은 것과 비교된다. 전체 비트코인 거래량 중 국내 거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2.26%에 불과했다. 모든 거래소에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 점유율 1위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24시간동안 거래된 비트코인은 8억8000만달러, 리플은 28억7500만달러였고 빗썸은 각각 2억9000만달러, 9억3400만달러가 거래됐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량은 카르다노에도 미치지 못했다. 카르다노는 가상자산 시가총액 순위 8위 코인이다.
카르다노 글로벌 거래대금은 78억달러 수준으로 이번 언급된 5개 가상자산 중 가장 낮았지만, 국내에서는 14억달러가 넘었다. 글로벌 거래량의 18%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한 셈이다. 글로벌 거래대금 2, 3위인 솔라나와 이더리움의 국내 거래 비중은 각각 1.57%, 4.68% 수준이었다.
통상 가상자산 시장에서 호재가 발생할 경우 시가총액 순으로 거래대금도 늘어난다. 실제 글로벌 기준 거래대금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카르다노 순으로 시총 순위와 일치했다.
시장에서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국내 투자자의 성향 때문으로 봤다. 여전히 개인 투자자만 참여 가능한 시장이라는 점도 이 같은 결과를 뒷받침한다.
기관 투자자가 주도하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파생상품이 나와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가장 먼저 자금이 집중된다. 선물과 인버스 등 위험회피(헤지)가 가능해 위험성을 낮출 수 있고 자연스레 현물 거래량이 늘어나며 변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이 급등락될 때마다 위험성이 높은 종목에 자금이 집중된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종목 상위권에 2배, 3배의 레버리지 상품과 곱버스(2배 인버스) 상품이 이름을 올리는 것과 유사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여전히 절대적인 가격이 낮아 상승 여력이 더 크다는 인식이 더해지며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10% 내외로 움직일 때, 엑스알피는 30%, 카르다노는 60% 이상 올랐다.
일각에서는 해외주식 레버리지 상품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쏠림 현상이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투자자의 투자 비중이 낮은 해외주식과 달리 전 세계 거래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엑스알피 같은 코인이 더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서 시작된 가상자산 불장을 포함해 여러 차례 호황기 때마다 글로벌 엑스알피 거래량 중 국내 투자자 비중이 20%까지 커졌다"며 "이 같이 글로벌 투자자의 성향과 반대되는 현상이 점차 짙어지면 그만큼 자산의 가격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