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사용자 정보수집에 보안 빨간불
개인정보위 "틱톡 등에 개인정보 제공"
해외 국가들도 잇달아 규제조치 움직임
中 "과학·기술문제 정치화하지 말아야"
韓 "일방적 차단 아닌 사전소통 위한것"
전문가들 "차단 적절… 안전확인이 먼저"
개인정보위 "틱톡 등에 개인정보 제공"
해외 국가들도 잇달아 규제조치 움직임
中 "과학·기술문제 정치화하지 말아야"
韓 "일방적 차단 아닌 사전소통 위한것"
전문가들 "차단 적절… 안전확인이 먼저"
![[이슈&트렌드] 한 달 만의 `반전`… 정부부처 "딥시크 차단" 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0402102602093001[1].jpg "[이슈&트렌드] 한 달 만의 `반전`… 정부부처 \"딥시크 차단\" 왜")
"딥시크 보안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고, 이 방침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달 5일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3개 부처가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의 접속을 차단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통일부, 여성가족부 등 대다수 부처가 잇달아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정부 부처들이 이 같은 방침을 밝힌 지 단 하루 만에 딥시크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10일이 지난 15일부터 국내에서 딥시크 애플리케이션(앱) 신규 다운로드는 잠정 중단됐다. 정부 부처가 이구동성으로 밝힌 딥시크 차단 사유는 과도한 사용자 정보 수집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우려였다.
![[이슈&트렌드] 한 달 만의 `반전`… 정부부처 "딥시크 차단" 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0402102602093001[2].jpg "[이슈&트렌드] 한 달 만의 `반전`… 정부부처 \"딥시크 차단\" 왜")
◇행안부 공문 후 외교부 등 '딥시크 차단' 전방위 확산
지난달 4일 행정안전부는 중앙부처와 17개 지방자치단체에 딥시크와 챗GPT 등 생성형 AI 사용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생성형 AI에 개인정보 입력을 자제하고, 생성형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무조건 신뢰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문 접수 다음 날, 외교부, 국방부, 산업부가 선제적으로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이어 6일에는 딥시크 차단 움직임이 통일부와 과기부, 환경부, 복지부 등 다수의 정부 부처로 확산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보 유출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생성형 AI에 대해 금일 접속 차단 등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경제 컨트롤타워 격인 기획재정부도 딥시크 사용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재부 관계자는 "딥시크와 관련한 대내외의 기술적 우려가 다수 제기되고 있어 외부 접속이 가능한 PC에 딥시크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발빠르게 딥시크 차단에 나선 데는 개인정보보호가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름 등 개인의 기본정보부터 키보드 입력 패턴까지 수집되는 정보는 광범위한데, 이들 정보가 딥시크를 거쳐 언제, 어떻게 누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중국에서 딥시크가 개발, 출시된 만큼 수집된 정보가 중국 서버에 저장돼 우리나라 법으로는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인정보와 민감한 정보의 수집·처리 관련 약관사항 등이 명확하게 확인될 때까지 딥시크 접속을 일시 차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딥시크 재개 시점 불투명… 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가 우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5일 오후 6시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국내 모든 앱 시장에서 딥시크 앱 다운로드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가 밝힌 사유는 "딥시크 서비스 자체 분석 결과, 개인정보 제3자 제공 시 구체적 내용 공지, 개인정보 과다 수집 등 개인정보 처리 방침 상 미흡한 부분이 일부 확인됐다"는 거였다.
딥시크가 국내 처음 선보였을 때 뜨거웠던 관심을 반추하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 일간활성이용자(DAU)는 지난달 25일 5135명에서 3일 후인 28일 19만1556명으로 급증했다. 딥시크 출시 직후 2주 만에 국내 누적 사용자 120만명을 기록하며 오픈AI '챗GPT' 다음으로 많이 쓰는 생성형 AI 서비스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딥시크 사용자가 단기간에 폭증한 데는 무료 서비스란 점이 유효했다. 여기에 한국어 인식과 요약 능력, 이미지·텍스트 생성 속도의 우수성 등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랬던 딥시크가 국내 출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정부 부처는 물론 민간 기업에서 조차 접속이 차단되는 신세가 됐다. 바로 취약한 개인정보보호 등 보안성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더구나, 딥시크가 사용자 키보드 입력과 위치, 메시지 등 민감한 데이터를 상당량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여기에 국내 이용자들이 딥시크에 입력한 개인정보가 중국 서버에 저장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국 정부가 '데이터보안법'에 따라 자국 내 서버에 저장된 기업 데이터를 국가 안보 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정보 노출 우려가 커졌다. 그런 가운데 딥시크가 국내 이용자 정보를 중국계 소셜미디어인 '틱톡' 모회사 등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시정하기까지 상당한 시일 소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딥시크에 잠정 중단 후 개선·보완하도록 권고했고 딥시크가 수용했다"고 밝혔다. 현재 딥시크 본사는 개인정보위 요구에 따라 국내법에 맞춘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마련하기 위해 법무법인 태평양과 협력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딥시크가 언제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을지, 언제 서비스가 재개될 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수집에 대한 불투명성은 대형 플랫폼에도 치명적이지만, 인지도가 낮은 해외 신생 서비스라면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입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도 딥시크 차단… 정부 "중국과 외교 마찰 최소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국가들도 딥시크 접속 차단 등 규제로 돌아서고 있다. 호주와 일본, 대만, 미국 일부 주들은 정부 소유 기기에서 딥시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탈리아도 우리나라처럼 앱 마켓에서 딥시크 다운로드를 중단했다. 영국 정부는 딥시크 차단을 국가 안보 측면에서 검토 중이고, 독일도 규제 조치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국가들의 딥시크 차단 움직임에 중국 정부는 경제와 기술 문제를 안보화,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대응했다. 우리 정부는 딥시크 중단 조치가 중국과의 외교 갈등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계부처와 딥시크 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딥시크의 국내 서비스 잠정 중단은 한국의 일방적·직접적 차단이 아닌 우리 개인정보위와 중국의 딥시크 간 사전 소통을 위한 잠정 조치로 알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도 딥시크 차단 조치를 범정부 차원 대응보다 개별 부처의 판단에 맡긴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딥시크 차단 여부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설령 차단을 결정하더라도 외부에 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커지자 딥시크는 발빠른 조치에 나섰다. 딥시크는 지난 14일 개인정보 처리방침에서 기존 수집 정보 항목 중 '이용자의 키보드 입력패턴'을 삭제했다. 또, 유럽경제지역(EEA) 전역과 영국, 스위스 등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현지) 법률이 허용하는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사용한다'는 약관을 추가로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용자 개인정보 활용 가능성 차단, 개인정보보호 등 철저한 보안체계 구축 등이 이뤄질 때까지 당분간 딥시크 중단 조치를 유지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백성욱 세종대 인공지능융합대학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까지도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각국 딥시크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할 경우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며 "딥시크 대화 내용을 통해 중국이 한국의 문화·사회 경제·법률 등 속성을 빅데이터 측면에서 파악할 경우 우리나라가 향후 인공지능 시대에 중국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욱 개인정보보호위 위원이자 변호사도 "딥시크를 통해 민감정보가 빠져나간다고 해도 그 데이터가 중국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실태점검을 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있다"며 "일단 차단하되 추후 안전이 확인된 다음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세종=원승일기자 wo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