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국가혁신 과기정책을 말한다] 정부 R&D 투자 키워드는 안정성·전략성](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0402103169058001[1].jpg "[국가혁신 과기정책을 말한다] 정부 R&D 투자 키워드는 안정성·전략성")
이러한 시기에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두 가지, '안정성'과 '전략성'이다. 첫째, 경기가 침체되는 시기에는 정부가 오히려 '안정적'으로 R&D에 투자해야 한다.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경기순환 주기에 발생한 경기침체가 장기적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중요 원인 중 하나였으며, R&D 투자 축소가 그 배경으로 지목되었다. 그런데 기업의 R&D 투자는 경기 순응적(procyclical)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경기 역행적으로(countercyclical) R&D에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R&D 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즉, 어려운 시기일수록 정부의 R&D 투자는 시장의 후속 투자를 이끌어 내는 '안정적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재정 확보가 어려운 시기에는 정부가 더욱 '전략적'으로 R&D에 투자해야 한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정부 R&D 집행액은 연평균 10.3% 증가해 왔다. 다만, 2025~2028년 R&D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1.0%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이전과 같은 R&D 예산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이므로,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한편, 정부'R&D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조정함으로써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안정적·전략적 R&D 투자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까? 핵심은 정부 R&D 전략과 투자, 그리고 성과 분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보완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다.
첫째, 정부 R&D 전략과 투자(예산 배분) 간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 전략이나 주요 R&D 예산 배분·조정은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나, 정부 예산의 R&D 세부 분야는 16대 정부 기능별 분류를 따르고 있어, R&D 정책 목표나 전략별 투자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R&D 예산에 대한 중장기 투자 계획 및 연도별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하여 관련 정보의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다양한 부처, 분야·부문으로 분산된 R&D 투자를 R&D 전략 목표에 따라 관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정부 R&D 전략별 투자 성과에 대한 분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R&D 평가가 과제나 세부 사업 단위로 추진되다 보니, 투자 전략이나 정책 목표별 성과를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즉, 현행 평가제도는 개별 사업의 관리 차원에서 미시적 효율성 제고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투자 전략의 조정을 위한 근거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는 충분히 유용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R&D 분야 정책 목표 차원에서 재정 지원의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책 목표에 대한 부합성이나 효과성이 낮은 사업, 목표별 다수 부처가 분절·병렬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식별하여 정책 목표 단위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정부 R&D 투자의 효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2025년 우리는 불확실성으로 흐릿해진 길을 나서고 있다. 정부는 R&D 예산이 어떤 목적에 따라 얼마나 투자되고, 목표별로 어떤 성과가 도출되고 있는지 더욱 효과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안정적 R&D 투자를 위한 지지, 그리고 전략적 투자를 위한 근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안정적·전략적 R&D 투자를 통해 우리가 함께 걸어갈 길에 빛을 비추어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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