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가 가품 논란에 시끄럽다. 이마트의 스투시, 신세계·무신사의 패딩 충전재 등 유명 유통업체뿐 아니라 중국 커머스 업체들도 가품 논란에 혼쭐이 났다.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특허청이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패션업계와 유통업계를 대상으로 위조상품 모니터링을 시작한다고 한다. 특허청이 집계한 온·오프라인 위조상품 단속지원 실적은 2023년 24만2094건에서 지난해 27만4206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전년 대비 5%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게 특허청의 전망이다.
가품 논란에 더욱 민감한 곳은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중고거래 시장은 고물가 추세 속에서 현재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분석 결과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 2023년 26조원에 이어 올해 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특성상 신뢰 기반이 한 번 무너지면 타격이 크다. 더욱이 시계를 비롯한 명품은 중고라 하더라도 정가에 근접한 가격대가 형성돼 있고, 오히려 중고가격이 정가보다 높은 경우도 있어 가품 논란이 더 치명적이다.
신뢰할 수 있는 진품 검수 시스템을 갖췄는지가 중고거래 플랫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도 명품 거래 플랫폼의 진품 검수를 총괄한 전문가를 찾는 에피소드가 등장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드라마에서는 명품 수선을 30여년 간 해온 재야의 고수가 등장해 가죽 냄새와 손끝의 감촉, 박음질 등을 확인해 진품 여부를 가려낸다.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진품을 검수할까? 대다수 플랫폼에서는 모든 거래 상품을 감정할 전문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과 최첨단 장비를 활용한 검수 시스템를 구축하는 등 점차 발전하고 있다.
네이버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크림은 기존 2곳의 물류센터를 통합해 장지동 물류센터로 확장 이전하고, 모든 거래 상품을 전문 감정팀이 직접 검수한다. 특히 AI검수와 CT 촬영, 자외선 라이트 등의 엄격한 검수 과정 진행하고 있다. X-ray 검사기로 내부 구조 및 재질을 확인하고, UV 조명으로 라벨 및 숨겨진 마크를 검증한다. 고해상도 스캐너는 제품 표면의 미세한 결함을 탐지하고, 이미지 기반의 AI 검수 엔진도 개발 중이다.
'어그' 사례를 들어 크림의 검수 시스템을 살펴보면 △박스 라벨 △소재 △내부 양털 △봉제 상태 △로고와 내부 테크 △밑창 등 부분별 검수를 꼼꼼하게 진행한다. 크림 측은 "어그는 시즌별로 차별화되는 박스 라벨을 적용하고, 부츠 외피 소재의 촉감, 내피 양털의 밀도, 봉제 상태와 밑창 패턴 등을 모두 분석하고 있다. 라벨의 글씨체, 대·소문자 여부까지 꼼꼼히 살피고 UV 반응까지 거쳐 구매자에게 전달한다"며 "인기가 많은 모델의 경우 검수센터에서 적발되는 가품의 비율이 다른 모델 대비 최대 100배 정도 높아서 고심 끝에 해당 제품 거래 자체를 잠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거래량이 많은 품목이라 매출과 거래액이 중요한 플랫폼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가품으로부터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이엔드 시계 전문 거래 플랫폼은 바이버의 경우 특화된 감정 서비스를 운영한다. 롤렉스, 리치몬트사 등 제조사와 동일한 등급의 장비를 스위스 현지에서 공수하고, 롤렉스, 오데마 피게의 공식 경력을 보유한 전문 엔지니어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정밀 진단을 하고 있다. 장비는 무브먼트 세척기, 팔렛포크 조정 현미경, 오토매틱 테스트기, 방수 테스트 머신, 폴리싱 머신 등을 갖추고 있다. 바이버의 연구원들은 지금도 시계 제조사들의 새로운 기술력을 따라잡는 연구에 매진하면서 기술을 보완하고 있다는 게 바이버의 설명이다. 바이버는 판매 상품이 가품으로 판정될 경우 구매 금액의 300%를 보상하는 과감한 정책도 도입했다. 또 1년 무상 보증도 제공한다.
이밖에도 번개장터는 리얼패킹, UV 조명 등의 장비를 활용해 검수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전문 검수팀이 최대 18단계의 검수 과정과 154개 항목을 점검해 정품 여부를 확인한다. 시크는 자체 검수 센터 'CHIC LAB'에서 4단계 감정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고, 프랑스 명품 감정 장인 제롬 랄랑드와 단독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트렌비는 '한국정품감정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국정품감정센터에서 확보한 수십만 건의 명품 감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AI 기반 검수 시스템 '마르스 AI'를 활용하고, 전문 검수팀의 2차 확인으로 정·가품 오판을 방지하고 있다. 중고 명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보고구매' 서비스도 출시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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