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거듭 확인하자 자동차 업계는 대응책 마련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특히 완성차 업체의 결정에 운명이 달린 부품사들은 더 난감한 처지다.
멕시코에는 다수의 국내 부품사들이 진출해 있다. 이들은 미국과 멕시코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기아 생산공장에 주로 납품하고 있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가 관세 장벽으로 인해 멕시코 생산물량을 줄이거나, 공급망을 변경하게 되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현대차·기아의 북미 생산능력 확충에 대응하기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증설한 곳도 있다. KBI동국실업은 작년 6월 말 400억원을 투자해 멕시코 공장 증설을 완료했으며, HL만도도 지난 2023년부터 멕시코 공장을 증설하는데 245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 상황에서 멕시코가 관세 폭탄으로 인해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이 줄어들면 부품사의 타격이 크다. 벌써 일본 혼다는 인기 차종인 시빅 하이브리드를 당초 예정했던 멕시코가 아닌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혼다는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의 약 88%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멕시코 관세의 영향이 큰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다.
기아의 대응책은 부품사에겐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이다. 기아는 멕시코 생산물량을 현지에서 소화하거나 타 국가로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가 멕시코에서의 생산물량을 유지해 준다면 부품사의 공장도 관세 사정권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는 한 부품사 관계자는 "관세의 영향이 크다고 짐작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고객사가 멕시코 공장 생산물량을 미국이나 다른 국가로 돌리면 멕시코 공장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으나, 생산물량을 유지한다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세에 대한 부담에 따라 미국 공장 건설에 대한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완성차뿐 아니라 공급망까지 미국으로 재편하려는 의지가 있기에 완성차 업체에 안정적으로 부품을 납품하기 위해선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현대모비스, HL만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미국에 공장이 있는 부품사는 단기적으로 미국 공장의 가동률을 늘려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제철은 관세를 피해서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관세를 회피하는 데엔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투자비, 인건비, 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를 감안해서도 미국에 투자할 가치가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