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4일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차입인수 방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경영실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회생절차가 개시 됨에 따라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된다.
개시 결정 이후에 이뤄지는 모든 상거래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지급결제가 이뤄지게 됨에 따라 향후 협력업체와의 거래는 더욱 원활하게 이뤄지고,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된다고 홈플러스는 설명했다.
홈플러스 측은 "향후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됨에 따라 금융부담이 크게 줄어 들게 되어, 현재 홈플러스의 현금 창출력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현금수지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직원과 주주 모두가 합심해 최대한 빨리 회생절차를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측은 현재까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영자금 대출 규모가 줄어들면 미정산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사전 예방적 조치'를 강조하며 이날 법원을 찾았었다.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 데에는 내수 침체도 있지만, 그보다 과중한 재무부담과 쿠팡·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입지 약화, 대형마트에 대한 낡은 규제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가 단기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은 것은 작년 11월부터로, MBK파트너스가 2015년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고가에 인수한 것부터 문제가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MBK는 2015년 9월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대출 5조원 중 4조3000억원은 은행 선순위 대출이고,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조달했다. MBK는 그동안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가량 빚을 갚았다. 일부 점포는 매각 후 임대해 사용하기 때문에 임대비용이 계속 나간다.
홈플러스가 연간 7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도 연간 2000억원의 영업손실, 과중한 이자비용 등 재무 부담으로 유동성이 악화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경쟁사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은 코로나19 시기 오프라인 유통이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홈플러스의 발목을 잡았다.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21년(회계연도 기준)과 2022년, 2023년에 각각 1335억원과 2602억원,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2023년회계연도에만 5743억원이 발생해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도 1~3분기 누적 가결산 기준으로 매출액은 5조3000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이 1571억원이 나면서 적자 기조가 지속됐다. 당시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비대면 소비 확산 속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고정비 부담, 인플레이션발(發)에 비용 증가 등 트리플 악재를 마주한 상태였다.
이에 이마트, 롯데마트는 비효율 매장과 직원을 감축하고 점포 효율화를 진행해 왔다. 그 사이 MBK는 홈플러스 핵심 점포 등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팔아 인수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뽑아갔다는 게 홈플러스 직원들의 목소리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의 핵심인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가 어려워 졌고, 시설 투자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채용도 축소되는 등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의 '투기자본 MBK의 홈플러스 먹튀 매각보고서'에 따르면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 비용은 3조964억원에 달한다. 이는 해당 기간 영업이익(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현재 MBK는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 310여개를 우선 매각하기로 하고 작년 6월부터 추진 중이다. 홈플러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택한 차선책이나,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에선 오프라인 유통산업을 옥죄는 규제 또한 홈플러스의 상태를 악화시킨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뀐 상황에서 홈플러스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을 해 왔지만, 그 노력이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라며 "그 핵심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규제다. 이커머스가 세를 키워가는 상황에서 홈플러스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는 상황의 연속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매장 하나 내려고 해도 지역 상생 관련 규제에 부딪히고, 새벽 배송을 하려고 해도 규제 때문에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리면서 영업실적 부진 장기화, 과중한 재무부담,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2024년 11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5조31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94억원 증가했고, 총차입금은 5조4620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가 60.3%에 달했다"며 "토지 재평가에 따른 자본증가에도 대규모 당기순손실 반복에 따른 자본 감소 영향으로 2024년 11월 말 부채비율이 1408.6%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는 잔여 계약 기간의 모든 임차료를 계상한 리스 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실제 금융부채는 약 2조원 정도인데, 부동산 자산이 4조7000억원이어서 회생 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채권자들과 조정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