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사전투표제 폐지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장동혁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고 당의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장 의원은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투표는 지난 총선에서 관리에만 722억원이 투입되는 등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고 있다"며 "사전투표제를 폐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사전투표제를 없애는 대신 부재자투표제를 도입하고 기존에 수요일에 치러지던 본투표를 금·토·일로 옮겨 그 기간을 3일로 연장하는 게 골자다. 장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 채용이 심각한 상태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불가능해지면서 국민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투표 제도 정상화로 선거 관리의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매번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 문제는 정파의 문제도, 유불리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크나큰 사회적 갈등 요소를 제거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 제도를 통해 민주주의의 기초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여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장 의원의 법안 추진에 발을 맞추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와 관련해 논란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본투표 기간을 2일 할 것이냐 3일 할 것이냐, 또 사전투표와 본투표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할 것이냐 등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의원총회를 열어서 의견을 수렴해 당의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뿐 아니라 비주류인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입을 모아 사전투표제 폐지를 외치고 있다. 사전투표제 폐지와 본투표 기간 연장은 지난해 전당대회 때부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부정선거 논란의 해결책으로 거론했던 방안이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겨냥해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민주주의의 기초가 흔들린다"면서 사전투표제 폐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계파를 막론하고 여권에서 사전투표제 폐지론이 대두하는 배경은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국민의힘은 사전투표제 폐지론이 부정선거론에 동조하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은 경계하고 있다. 장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를 개정하자는 것은 부정선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또한 사전투표제 폐지론과 함께 특별감사관 도입 등 선관위의 자정 능력 한계를 지적하는 형태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성동(오른쪽 세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