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 경쟁이 인공지능(AI)에서 양자컴퓨팅까지 확산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에 대한 전망은 제각각이지만,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와 경쟁 구도에 모두 불이 붙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자국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배 빠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이 네이처에 발표한 최신 양자칩 기술보다 100만배 빠른 속도로, 매체는 중국이 글로벌 양자컴퓨팅 경쟁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이 '쭈충즈(祖沖之) 3호' 시제품은 중국과학기술대 판젠웨이(潘建偉) 원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해 전날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에 온라인 공개됐고, 논문 심사위원들은 "초전도 양자컴퓨터의 최첨단 성능을 보여주는 기준"이라 평했다. 같은 105큐비트 초전도 양자컴퓨터란 점에서 구글 '윌로우'를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글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윌로우'는 양자컴퓨팅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던 '양자오류정정' 30년 난제를 해결한 것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큐비트 수가 커질수록 오류가 늘어나는 문제를 큐비트의 격자 구조 배치로 극복했다.
비실용적인 벤치마크 연산이긴 하나, 현존 최고성능 슈퍼컴퓨터로도 우주나이보다 긴 10셉틸리언(10의 25제곱)년 걸릴 문제를 5분 만에 풀었다.
그런데 중국 연구진은 이번에 발표한 양자컴퓨팅 기술이 이보다도 100만배 빠르다고 주장한 셈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G2 사이 양자 기술 패권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글로벌 빅테크들 사이에서도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구글이 치고나가자 마이크로소프트(MS)도 양자칩 '마요라나1'을 지난달 발표했다.
MS의 경우 양자오류정정 관련해 위상학적 큐비트를 활용해 안정성을 해결했는데, 이를 위해 반도체인 인듐비소와 초전도체인 알루미늄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결합해 토포컨덕터라는 완전히 새로운 재료 스택을 제작했다.
나아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인공지능(AI) 기술과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팅 기술의 주요 전장이 될 전망이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도 경쟁사들에 이어 양자칩 '오셀롯'을 발표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에서 이름을 딴 '고양이 큐비트'가 비트 반전 오류(bit-flip error)를 자체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다. 회사에 따르면 기존 접근방식 대비 양자오류정정 구현비용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용적인 양자컴퓨터의 등장 시점에 대해 올해 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짚은 반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5~10년,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3~5년 내로 내다보는 등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하지만 언제가 됐든 그 시점이 갈수록 앞당겨지는 추세로 보인다.
김동호 메가존클라우드 최고양자책임자(CQO) 부사장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수년간 양자컴퓨팅 분야 연구개발을 지속해온 성과가 점점 나타나고 있고, 양자기술 각 세부분야 내 경쟁도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양자클라우드의 경우 세계적으로 1조원 규모 시장이 형성됐다는 관측도 있다. 나아가 산업적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활용 가능한 양자컴퓨터의 등장은 주요 양자기술기업들의 로드맵으로 미뤄볼 때 이르면 2027년 말쯤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팽동현기자 dhp@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