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판 엔비디아 출현 시 30% 국가소유' 발언 후폭풍에 직접 뛰어들면서 여야 공방이 확전되고 있다.
이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연이어 글을 올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AI(인공지능) 관련 기업에 국부펀드나 국민펀드가 공동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그 기업이 엔비디아처럼 크게 성공하면 국민의 조세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고 했더니, 국민의힘이 '성공한 기업 지분을 뺏으려는 반(反)기업 행위'라고 공격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AI가 불러 올 미래에 대한 무지도 문제지만 한국말도 제대로 이해 못하니, 그런 수준의 지적능력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나. '극우 본색'에 거의 '문맹 수준' 식견"이라고 비꼬았다. 뒤이은 글에선 "모든 국민에게 AI 활용법을 가르쳐야 한다. 교과서를 무상제공한 것처럼"이라고 생성형 AI 무상제공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보안문제로 사용이 제한됐지만, 챗GPT보다 성능이 유사하거나 더 낫다는 중국 '딥시크'는 아예 무료다. 개발비가 매우 적고 최첨단 GPU를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한다"고 예시를 들었다. "어느 시점인가는 기본적 인프라로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AI 이용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며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자부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공개된 유튜브 대담에서 "AI 사회에 엄청난 생산성 중 일부를 공공영역이 가지고 있으면서 국민 모두가 그것을 나누는 시대"를 상상하며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한국에) 하나 생겼다면,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이언주 최고위원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유승민과 국민의힘 당직자 등이 이 대표의 엔비디아 지분 30% 관련 발언을 두고 반시장적이란 비난을 쏟아붓는데 그들이야말로 반시장적"이라며 "공적 자금이든 국부 펀드든 정부나 국민의 돈이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투입됐으면 지분을 확보하는 게 맞다"고 비호했다.
앞서 "사회주의적 접근"이라고 비판한 국민의힘은 '톤'을 높였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의 인식으론 엔비디아같은 회사를 만들 수 없다"며 "'소유부터 나누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반도체·AI R&D(연구개발) 인력 주52시간제 특례를 담은 반도체특별법 원안 반대도 문제삼았다.
이양수 사무총장도 "기본사회란 이름으로 기업의 성과를 국가가 관리하려는 발상은 기업가 정신을 뿌리째 흔드는 사회주의적 접근"이라고 했다. 당내 잠룡 중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일 "우클릭이라더니 사회주의"라며 "이재명의 나라에서 삼성이든 엔비디아든 생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 대표를 이틀째 저격했다.
유 전 의원은 첨단산업·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연구개발, 노동의 근본적 개혁"을 과제로 들며 "30% 국유화 투자만 하면 엔비디아가 하늘에서 떨어지냐"고 반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국회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대표의 '기축통화국' '김포공항 없애자' 발언에 이어 "또 다른 버전의 '아무말 경제학'이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반명(反이재명) 새미래민주당에서도 이날 전병헌 대표가 "젠슨 황이 '한국적 창업환경' 속 엔비디아를 창업할 수 있단 착각, 량원펑이 '한국적 노동구조'에서 딥시크를 만들어낼 수 있단 오산"이라고 질타했다. "당장 이 대표가 주52시간 특례 문제를 호떡 뒤집듯 뒤집는 현실은 어떻게 된 거냐"며 "수구좌파 포퓰리즘"이라고도 했다.
전혜인·한기호기자 hye@dt.co.kr
지난 3월2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집단지성센터는 이재명 대표가 'AI와 대한민국, 그리고 나'를 주제로 전문가들과 나눈 첫 대담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더불어민주당 제공·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