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구글·메타 등 선점경쟁
애플, 개발 속도 현저히 뒤처져
'완벽한 통합'전략도 발목 잡아
애플, 개발 속도 현저히 뒤처져
'완벽한 통합'전략도 발목 잡아
오픈AI·구글·메타 등 빅테크들이 연간 수십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시장 선점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애플만 방향을 잡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체 AI 인프라 확보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AI 개발 속도마저 경쟁사보다 현저히 늦기 때문이다. 시리 AI 업그레이드는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고 대화형 AI 기능이 적용되는 시점이 2027년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애플이 AI 시대의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5월을 목표로 시리와 AI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은 올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작년 6월에 선보인 AI '애플 인텔리전스'의 실제 사용은 극히 저조하다. 블룸버그는 "지금 속도라면 현대적이고 대화가 가능한 '시리'는 2027년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애플이 AI 시장에서 최소 5년 뒤처졌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시리를 대폭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음성 명령으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사진 속 사물을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애플이 약속했던 기능 중 일부만 적용됐을 뿐 핵심인 대화 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이 AI 시장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자체 개발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한계 △핵심 AI 인재 유출 △엔비디아 AI 반도체 확보 실패 △부진한 연구 성과 △AI 부서 리더십의 부재 등이 원인으로 꼽았다. AI 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애플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다 보니 AI반도체(GPU)도 못 갖추고 핵심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애플이 AI 분야에서는 완전히 실패한 것이 현실"이라며 "애플 내부에서도 '너무 늦게 개발에 뛰어든 것'을 패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완성도 높은 AI 경험을 제공하려다 보니 경쟁사의 AI 개발 속도를 못 따라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랫동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긴밀한 통합을 강점으로 삼아온 애플이지만 AI 시대에서는 이 전략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과 메타는 AI 모델을 먼저 내놓고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애플은 기존 생태계와의 완벽한 통합을 목표로 하면서 출시를 계속 늦췄다.
최병호 고려대 AI대학원 교수는 "애플은 가지고 있는 OS부터 여러 번들 앱, 특히 기본 앱까지 전부 다 잘 돌아가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전부 테스트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애플 같은 경우 휴대폰의 거의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올라가야 한다. 보안 문제부터 서비스 품질까지 검증돼야 해 복잡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애플은 AI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인프라 확대를 위해 향후 4년간 5000억달러(약 670조원)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AI 모델 학습을 위한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과 반도체 설계를 위한 연구개발(R&D) 인력 확충에 나섰다.
문제는 AI 시장의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애플이 자체 AI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경쟁사 AI가 아이폰(iOS) 생태계를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구글은 '제미나이 라이브'를 통해 아이폰 잠금 화면에서도 AI 비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픈AI의 챗GPT도 '고급 음성 모드'를 실행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다.
특히 구글은 '프로젝트 아스트라(Astra)'를 통해 AI를 스마트폰 환경에서 더욱 긴밀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우와 오피스에 '코파일럿(Copilot)'을 결합해 AI 기반 생산성을 강화하고 있다. AI 시장의 주도권이 점점 애플을 벗어나 경쟁사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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